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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신질환 소년범 외면하는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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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보경 기자I 2026.05.12 05:50:03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어릴 적 종종 내 옆자리에는 이상하리만큼 내성적이고 안절부절하는 아이들이 앉았다. 얼굴에는 땟국물이 흘렀고 손버릇은 나빴다. 마지막으로는 부모에게 끌려갔다는 소문만 남긴 채 학교에서 사라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소년범 문제를 취재하는 지금에서야 십수년 전 그들이 전형적인 트라우마 피해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그 증상이 훗날 정신질환으로 고착됐을 수도 있겠다는 데도 생각이 미쳤다.

선생님의 부탁으로 그들의 선도를 맡았던 내 역할은 지극히 단편적이었을 것이다. 1~2년 후 반이 바뀌며 그들을 자연스레 잊고 서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들의 처지를 헤아리게 됐으니 말이다. 당시 아이들에게는 옷차림과 행동 너머의 신호를 읽고 가정환경과 필요한 복지 지원을 살피며 외부 상담기관까지 연결해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했다.

법무부가 정신질환을 앓는 소년범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지금은 그 기능이 사법부에 과도하게 쏠려 있지만 사법부는 정책을 만들고 싶어도 직접 집행할 조직과 인프라가 부족하다. 반면 법무부는 국립법무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피치료감호자의 치료·재활을 돕는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도입할 정도로 고도화된 만큼 그 역량이 소년범들의 치료공백을 메우는 데도 활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몇 년째 선을 긋는다. 법원행정처가 5년 전부터 치료감호시설과 관련해 협조 요청을 하고 있지만 응답이 없다. 사법부가 최근 보건복지부와 직접 협의에 나서기까지 할 정도다. 정신질환 소년범 관리 강화를 촉구한 본지 보도에서 ‘정부가 소년범 수용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법무부는 “해당 업무는 법원행정처 소관”이라고만 했다.

담임선생님이 학급 내 모든 아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듯 법무부가 소년범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담당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의 옆에 붙어앉아 사사건건 간섭하는 반 학생도 외부 심리상담사의 역할도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법무부는 그 전체를 살피고 관리하는 스승을 자처해야 한다는 의미다. 역량도 명분도 있으면서 소년범 정신질환 감독만큼은 애써 기피하는 법무부가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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