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의 매파적 분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강해진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긴장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연준 내부에서는 단순한 금리 동결 수준을 넘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장 마감 후 발표된 엔비디아 실적 역시 시장 기대치를 웃돌긴 했지만, 워낙 높아진 월가 눈높이를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I 투자 붐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제 단순한 성장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더 압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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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5.66% 하락한 배럴당 98.26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브렌트유는 5.63% 떨어진 105.02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최종 단계(final stages)”에 진입했다고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며 “합의가 이뤄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소 거친 일(a little bit nasty)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공동취재단은 전했다.
이란 측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정부가 미국 측의 새로운 협상 초안을 검토 중이며 아직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은 전쟁을 피하기 위한 모든 길을 모색해왔다”며 “모든 경로는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테랑 전략가 루이스 나벨리에는 “모두가 전쟁 종식을 원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협상은 핵심 쟁점에서 큰 간극을 보여왔다”며 “양측 모두 상대가 먼저 물러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실제로 위반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전략가도 “전쟁 종결이 임박했다는 발언이 사실이길 바라지만, 즉각적인 돌파구가 나올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시장에 상당한 회의론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AI 및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4.5% 급등했고, 아스테라랩스는 17.7%, Arm홀딩스 미국 상장 주식은 15% 뛰었다.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이 다시 ‘모든 것이 AI(all-things-AI)’ 스토리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캐롤 슐라이프 BMO프라이빗웰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기술주와 AI 테마가 다시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전날의 금리와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다시 AI 성장 스토리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제유가 급락 영향으로 에너지 업종은 2.6% 하락했다. 반대로 항공주는 유가 하락 수혜 기대감에 강세를 보였다.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알래스카항공 주가는 6~10% 급등했다. 카니발과 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 등 크루즈주 역시 8% 이상 상승했다.
반면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깃은 거시경제 환경 악화를 경고하면서 3.9% 하락했다. 월마트 역시 동반 약세를 보였다. 또 세금 소프트웨어 업체 인튜이트는 약 3000명 감원 계획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3.9%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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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금리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9bp(1bp=0.01%포인트) 하락한 4.57%를 기록했고, 3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6bp 이상 떨어진 5.11% 수준까지 내려왔다. 장기 국채금리는 최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증시에 부담을 줬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연준 의사록은 시장이 안도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을 보여줬다. 연준 내부에서는 중동 전쟁 장기화와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4월 28∼29일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 다수(majority)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지속적으로 웃돌 경우 일부 정책 긴축(policy firming)이 적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는 사실상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 유가 급등과 중동 리스크가 겹치면서 연준 내부 분위기도 빠르게 매파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의사록에서는 단순히 ‘소수 의견’ 수준이 아니라 상당수 위원들이 기존의 완화적 기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한 점이 주목된다.
의사록은 “상당수(many) 참석자들이 향후 금리 방향과 관련해 완화 편향을 시사하는 문구를 회의 후 성명에서 삭제하는 것을 선호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 의사록 표현에는 일정한 수위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수(a few)’는 극히 제한적인 의견, ‘일부(several)’는 제한된 그룹, ‘상당수(many)’는 의미 있는 규모의 공감대, ‘다수·과반(majority)’은 절반 이상, ‘대다수(vast majority)’는 사실상 압도적 공감대를 의미한다.
이번 의사록에서는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와 관련해 가장 강한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된다.
의사록은 “대다수(vast majority) 참석자가 물가가 2% 목표 수준으로 복귀하는 데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연준 내부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국제유가 급등, 장기 국채금리 상승 등이 동시에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 및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이어간 점도 연준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시장에서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유력한 케빈 워시 체제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며 최근 장기금리가 급등했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약 21bp 수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반영되고 있다. 이는 시장이 올해 안에 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지난 4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완화 편향 유지 여부가 “이전 회의보다 훨씬 더 어려운 판단이었다”며 “다음 회의에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연준은 오는 6월 16∼17일 열리는 다음 FOMC 회의에서 새로운 경제전망(SEP)을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동시에 물가 전망은 상향 조정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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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장 마감 후 발표된 엔비디아 실적은 다시 한번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투자자 반응은 과거처럼 열광적이지는 않았다. 엔비디아가 너무 오랫동안 ‘압도적 서프라이즈’를 이어오면서 시장 기대 수준 자체가 극단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오는 7월까지 3개월간 매출 전망치를 약 910억달러로 제시했다. 시장 예상 평균치인 870억달러는 웃돌았지만, 일부 월가 전망치가 960억달러 수준까지 올라갔던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 미만 하락하는 등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야콥 본 이마케터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는 또다시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이제 시장에서는 그것이 이미 기본값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AI 투자 붐이 2027년과 2028년까지도 지속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실적 자체는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엔비디아의 지난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816억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792억달러를 웃돌았고,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1.87달러로 예상치인 1.77달러를 상회했다.
핵심 사업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752억달러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 735억달러를 웃돈 수준이다. 특히 네트워킹 사업 매출이 148억달러를 기록하며 예상치(127억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AI 투자 지속성·중국 재진입이 핵심 변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AI 팩토리 구축은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인프라 확장”이라며 “그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알파벳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올해 AI 투자 규모는 총 725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동시에 엔비디아를 둘러싼 경쟁도 빠르게 격화하고 있다.
AMD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고, 브로드컴과 구글 역시 자체 AI 칩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실리콘 기반 AI칩을 앞세운 신생기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까지 대규모 IPO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변수 역시 여전히 부담이다. 젠슨 황 CEO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일정에 동행했지만,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인해 엔비디아는 여전히 중국 AI 반도체 시장에서 상당 부분 제한을 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 규모가 연간 5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미·중 갈등과 중국의 자국 반도체 육성 정책으로 인해 시장 재진입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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