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욕, 갱년기 여성 불면증 개선 효과 입증

이순용 기자I 2020.11.25 09:40:41

국제성모병원, 보완대체의학 산림치유 효과 과학적 증명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수목의 경관, 향기 등을 이용해 심신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산림치유(숲치유)는 근거에 중심한 ‘보완대체의학’의 형태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가령 산림욕을 통한 우울증 및 불안 감소,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국내 의료진이 산림치유가 갱년기 여성의 불면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김혜윤 교수팀이 발표한 이번 연구는 ‘불면증이 있는 갱년기 여성을 위한 산림치유의 효과(Effect of Forest Therapy for Menopausal Women with Insomnia)’라는 제목으로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저널 9월호에 게재됐다.

김 교수팀은 불면증을 겪고 있는 35명의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산림치유 전후 ▲수면다원검사 ▲혈액검사 ▲수면 질 지수 평가(PSQI) ▲주간졸림증 평가(ESS) 등의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국립횡성숲체원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는 2019년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됐다. 연구팀은 35명의 참가자를 6개 그룹으로 나눠, 5박 6일 동안 숲체원의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명상, 체조, 산책, 다리 마사지, 온욕, 냉욕 등 다양한 오감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오감을 최대한 자극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맨발 트레킹, 소리와 향기를 느끼는 명상 등을 수행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 체험 후 실시한 여러 검사에서 참가자들은 불면증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연구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산림치유 전(10.2 mcg/dl)보다 25% 감소한 7.75mcg(마이크로그램)/dl로 나타났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와 같은 외부 자극이나 위기 상황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몸에서 만들어내는 호르몬이다. 과도하게 분비될 경우 식욕 증가로 지방이 축적되고 근육 단백질의 과도한 분해로 근조직 손상 또는 면역기능 약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혜윤 교수는 “폐경(완경) 전후 여성 호르몬 변화는 자율 신경계, 바이오리듬, 코르티솔·멜라토닌 분비에 영향을 줘 중년 여성들은 불면증에 시달리곤 한다. 이번 연구는 산림치유를 통해 자율 신경계를 안정시켜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을 줄이는 방법으로 설계됐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주간졸림증 평가(ESS) 점수가 평균 7.4점에서 6.0점으로 개선됐으며, 수면다원검사 결과에서도 수면 효율이 평균 76.9%에서 89.3%로 대폭 개선됐다.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인 수면 효율은 ‘실제로 잠을 잔 시간(총 수면시간)’을 ‘잠자리에 누워 있었던 시간(총 침상 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85% 이상일 경우 정상으로 판단한다.

이 밖에 참가자들의 수면 후 각성시간도 평균 95.5분에서 47.4분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윤 교수는 “산림치유는 보완대체의학으로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에도 의학적 효과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산림치유가 갱년기 불면증 환자의 코르티솔 분비를 감소시키고 수면의 질을 개선시킨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불면증 환자의 수면 환경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표준화 된 치료법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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