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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엔화가치, 달러당 154엔까지 급등…美 휴장 틈탄 '손절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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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9.08 08: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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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엔, 런던시장서 한때 154.06엔
심리 지지선 155엔 뚫리자 '와르르'
美노동절 휴장에 손절매 물량 쏟아져
18일 BOJ 금리 인상 관측이 근본 배경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달러·엔 환율은 하락).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대가 커진 상황에서, 심리적 지지선이던 달러당 155엔이 무너지자 엔화 매수 주문이 한꺼번에 쏟아진 영향이다. 미국과 일본 통화당국이 손잡고 시장에 개입했을 때보다 더 큰 폭으로 올라 개입 효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사진=AFP)
(사진=AFP)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금융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영국 런던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전 거래일 대비 1.4% 올라 달러당 154.06엔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7월 31일 미·일 양국이 공조 개입에 나선 뒤 찍었던 고점(8월 4일 155.23엔)마저 넘어섰다. 엔화 가치는 지난주에만 2.4% 뛰었다.

8일 일본 도쿄외환시장 개장 전인 오전 7시 50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154.23~154.24엔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날(오후 5시 기준)보다 1.32엔(0.84%) 낮은 수준이다.

엔화 급등의 방아쇠는 ‘155엔’이라는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진 것이었다. 시장에는 155엔 아래에서 손실을 감수하고 엔화를 되사는 손절매 주문이 대량으로 쌓여 있었는데, 이 선이 뚫리자 주문이 한꺼번에 체결됐다. 옵션 거래를 중개하는 딜러들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달러를 팔아야 했고, 이는 엔화 강세를 더욱 부추겼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선임 채권 전략가는 “엔화가 155엔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의미가 크다”며 “과거 개입 국면 이후 이 수준이 바닥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해외 투기 세력이 이 손절매 물량을 의도적으로 노렸다고 전했다. 뉴욕 시장이 노동절 휴장에 들어가 거래가 크게 줄어든 틈을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일본 통화당국이 과거에도 긴 연휴처럼 거래가 한산한 시점을 골라 개입해온 만큼, 시장에는 추가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퍼져 있었다. 미무라 아쓰시 일본 재무관이 지난 4일 “계속 임전태세에 변함이 없다”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

중동 정세 완화 소식도 겹쳤다.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관리를 두고 며칠 안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전해지면서, 위기에 대비해 달러를 사뒀던 자금이 청산됐다. 유가 하락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일본의 교역 조건을 개선시켜 엔화에 힘을 실었다.

근본적인 배경에는 BOJ의 금리 인상 기대가 있다. 시장은 오는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카타 하지메 BOJ 심의위원은 지난주 0.25%포인트 인상이 “반드시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두 차례 연속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이 자산 배분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 월초에 몰리는 기관투자가들의 자금 재배분 수요도 엔화를 떠받쳤다.

엔화 가치는 지난주 한때 달러 대비 160엔 아래로 밀렸다가 가파르게 반등했다. 시장이 그만큼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사카이 모토나리 미쓰비시UFJ신탁은행 외환·금융상품 트레이딩 수석매니저는 “뉴욕이 쉴 때 시장이 크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하락 압력을 경계해야 한다”며 “달러·엔 환율의 다음 하락 목표는 지난 2월 저점인 154엔이며, 이를 밑돌면 152엔대 초반까지 이렇다 할 지지선이 없다”고 말했다.

반 루 러셀인베스트먼트 채권·외환 전략 글로벌 총괄은 “더 큰 흐름의 시작일 수 있다는 느낌”이라며 “첫 개입의 효과는 흐지부지됐지만, 이번 두 번째 국면은 시장 자체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어 훨씬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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