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1호' 尹대통령, 60조 규모 캐나다 잠수함 세일즈

김관용 기자I 2023.05.14 19:25:00

17일 한-캐나다 정상회담, 방산수출 관련 협의할듯
국방부, 절충교역 및 범정부 지원 방안 대통령실 보고
캐나다 해군 잠수함 도입 사업, 한일 양자 대결 가능성
캐나다 정부·군 관계자,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방문
"과거 태국 수주전 정부가 지원 외면, 반면교사 삼아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이번 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각국 정상들이 잇따라 방한할 예정인 가운데, 한-캐나다 정상회담에서 약 60조원(600억 캐나다 달러)에 달하는 잠수함 수출 관련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는 최근 잠수함 도입 사업을 본격화 하면서 한국의 최신예 3000톤(t)급 잠수함을 유력 후보 기종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캐나다 관계자들, 韓 잠수함 업체 견학

14일 군 당국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 조달청과 군 관계자들이 지난 10~11일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공장 등을 방문해 잠수함 건조 능력과 기술력 등을 확인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G7 정상회의 이전 16~18일 공식 방한해 17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국방부는 최근 대통령실에 캐나다 잠수함 수출 지원 방안과 ‘절충교역’ 추진을 위한 범정부 방산 수출 지원체계 가동 필요성 등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 해군은 노후화 한 빅토리아급 디젤-전기추진 잠수함 4척을 대체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캐나다 국방 수장인 웨인 에어 국방참모총장이 적극적이다. 그는 비 미국계 최초로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에 임명돼 한국에서 근무한바 있다. 당시 한국은 그에게 ‘예영수(芮榮守)’라는 한글 이름을 선물했고, 근무지였던 경기도 평택시도 ‘명예시민’ 자격을 부여했다.

지난 2020년 11월 10일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에서 열린 장보고-Ⅲ 2번함 ‘안무함’ 진수식에서 참석자들이 안전항해를 기원하며 진수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해군)
캐나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캐나다 군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아닌 재래식 잠수함이면서 장거리 잠항 능력을 갖춘 3000t급 이상 중형급 잠수함 8~12척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운영유지비를 포함한 총 수명주기 비용은 6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실제 잠수함 구입 비용은 1척 당 2~3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6개국 정도다. 세계 18개국에 170여 척을 수출한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일본, 한국 등이다. 그러나 캐나다 요구 조건을 고려하면 2026년으로 예상되는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일간 양자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잠수함이 한국 ‘도산안창호’급 모델과 일본의 ‘소류’급 또는 ‘타이게이’급 모델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의 3000t급 잠수함 ‘Type 212C’이나 프랑스 ‘바라쿠다’, 스웨덴 ‘A-26’, 스페인 ‘S-80’ 등은 아직 국내 실적 조차 없는 잠수함으로 해군의 납기도 맞추지 못해 몇 년씩 개발이 늦어지고 있는 모델들이다.

◇사실상 한·일전…‘절충교역’이 승부 가를듯

그러나 대한민국이 독자 설계·건조한 3000t급 도산안창호함은 이미 우리 해군이 운용하고 있다. 두 번째 잠수함인 안무함(장보고-Ⅲ급 Batch-I)도 해군에 인도된 상태다. 도산안창호급은 세계 유일의 수직발사관 탑재 디젤 잠수함이다. 탄도유도탄(SLBM)으로 지상 핵심표적에 대해 정밀타격할 수 있다.

특히 ‘음향무반향코팅재’와 ‘이중탄성마운트’ 등 최신 소음 저감 기술이 적용돼 은밀한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또 국산 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한 ‘공기불요추진체계’를 구현해 장시간 수중에서 작전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 소류 및 타이게이급 대비 적은 승조원수(50명)에 따른 양호한 거주 환경이 강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경상남도 창원시 해군 진해기지에서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건조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일본 잠수함은 HY-130 강재(한국은 HY-100)를 사용함으로써 잠항 심도 분야에서 앞선다. 다수의 함정 건조 경험으로 건조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 수출 실적은 없다. 일본과 한국의 잠수함은 가격과 성능에서 대동소이 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경쟁 환경이 비슷할 경우, 절충교역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잠수함 장교 출신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2012년 한국이 독일과 경쟁해 인도네시아 잠수함 3척을 수주하고도 불과 4년 후인 2016년 태국 잠수함 2척 수주전에서는 중국에 패배했다”며 “그 이유는 우리 정부의 절충교역 부실지원과 태국이 요구한 우리 정부의 지원 보증 거부였다”고 지적했다. 당시 태국에서 요구한 잠수함 승조원 교육훈련 무료지원, 후속 군수지원 등에 대해 ‘특정 기업을 지원하면 방산비리에 휘말린다’는 이유로 ‘정부 보증 양해각서 서명’마저 외면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방산 수출 성공을 위해서는 가격·성능 및 품질·납품 기한·절충교역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하는데, 절충교역은 정부의 역할”이라면서 “이번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60조원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절충교역을 채우려면 범정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절충교역(offset orders)은 국외로부터 무기 또는 장비를 구매할 때 관련 기술 등을 이전받거나 해당 국가로 국산무기 및 부품을 수출하는 등의 일정한 반대 급부를 조건으로 하는 교역이다. 대한민국이 국산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수출국 반열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사며 반대급부로 받은 절충교역을 활용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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