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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압박 트럼프 정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 “나서지 말아 달라” 당부

김형욱 기자I 2017.04.28 09:20:35

대북 압박 정책 차질 생길까 우려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지난 2010년 평양공항에 도착 직후 북한 어린이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현 북한 갈등에 개입하지 말아달라고 비공식 요청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식적으론 대북 강경책을 구사 중인 만큼 북한에 숨통을 열어 줄 비공식 대화 채널도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 고위 관료인 브라이언 훅은 카터가 대북 강경 정책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지난 주말 조지아 주(州) 그의 자택에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현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FT는 전했다. 카터의 언행이 대북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 의원 100명 전원을 백악관에 초청해 대북 정책을 설명하기 나흘 전 이뤄졌다.

트럼프 정부는 현재 미 항공모함 ‘칼 빈슨’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하고 중국에 북한 정부가 핵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수 있도록 더 강하게 압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에 호응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알지만 김정은 위원장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이란 게 대북 전문가의 평가다. 또 북한 정부는 미국의 공세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며 미국인을 억류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이 시점에서 카터에게 개입 자제를 당부한 것은 최근 북한의 반발 의도가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이며 북한에 대해 호의적으로 분류되는 인사인 카터가 그 매개체가 될 수 있으리란 우려도 엿보인다. 사라 샌더스 미 백악관 부대변인은 “카터 전 대통령의 요구에 흔쾌히 현 상황을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지미 카터는 1977~1981년 재임한 민주당 출신의 미국 39대 대통령으로 퇴임 후에도 북미 갈등 중재자로서 큰 역할을 해 왔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땐 미국 대통령 출신으론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또 김일성 전 주석과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주선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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