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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90달러·30년물 5.31%…이란 리스크에 美증시↓[월스트리트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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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8.18 05: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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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 0.51%·S&P500 0.52%·나스닥 0.32%↓
美·이란 협상 교착…브렌트유 90.87달러, 2.7%↑
30년물 국채 금리,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
이번주 월마트 실적·7월 FOMC 의사록 주목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뉴욕증시 3대 지수가 17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유가 상승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동 리스크가 유가와 금리를 동시에 끌어올리면서 최근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오른 뉴욕증시에 부담을 줬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개장 벨이 울린 가운데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글로벌 증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체로 하락했다. (사진=AFP)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개장 벨이 울린 가운데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글로벌 증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체로 하락했다. (사진=AFP)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2.63포인트(0.51%) 내린 5만3459.78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2% 하락한 7745.0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32% 떨어진 2만6644.91에 마감했다.

다시 불붙은 이란 리스크…브렌트유 90달러 돌파

이날 시장을 짓누른 것은 다시 중동이었다.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60일간의 휴전 합의가 이날 만료된 가운데 양측은 후속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로부터 이란과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연장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No)”라고 답했다. 이란 고위 당국자도 외교가 실패할 경우 공격적 태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여기에 이란 매체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한 척이 억류됐다고 보도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국제유가는 2% 넘게 뛰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2.7% 오른 배럴당 90.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6% 상승한 84.50달러에 마감했다.

모건스탠리 산하 이트레이드(E*Trade) 소속 크리스 라킨은 유가 상승과 미·이란 외교의 진전 부재를 감안하면 “중동은 여전히 위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30년물 5.31%…2007년 이후 최고

유가 상승은 채권시장으로 번졌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지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운신 폭도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이날 5.31%로 올라 200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5.3%를 웃돌며 마감했다. 1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4.695%에서 4.725%로 상승했다.

장기금리 상승에는 유가뿐 아니라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장기채 공급 부담도 자리 잡고 있다. 앤서니 사글림베네 아메리프라이즈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증가하는 미국 부채와 재정 규율 부족을 갈수록 우려하고 있다”며 대규모 국채 입찰 때마다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투자 경쟁도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를 위해 장기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면서 미 정부와 같은 채권 투자자들의 자금을 놓고 경쟁하고 있어서다.

결국 월가 입장에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과 미국의 재정적자·AI 투자에 따른 구조적인 장기채 공급 부담이 동시에 겹친 셈이다.

AI 기대는 여전…반도체·소프트웨어 엇갈려

기술주에서는 AI를 둘러싼 기대와 경계가 교차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현재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경우 연환산 매출이 6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말보다 7배 이상 늘어나는 규모다.

엔비디아도 오픈AI가 임차할 예정인 오하이오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105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AI 인프라 투자 열기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AI 관련 종목 전체가 함께 오른 것은 아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1.6% 상승했고 마이크론은 4% 올랐지만 소프트웨어주는 약세를 보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S&P500 소프트웨어·서비스 지수는 하락했다. AI 투자 확대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경계감도 이어졌다.

S&P500의 11개 주요 업종 가운데 대부분이 하락했다. 커뮤니케이션서비스와 필수소비재, 임의소비재 등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반면 유가 상승에 힘입어 에너지주는 강세를 보였다.

소비 둔화냐, 물가 재상승이냐…월마트 실적 주목

시장의 다음 관심은 미국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7월 소매판매와 최근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서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주에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실적을 공개한다. 홈디포가 18일, 로우스가 19일, 월마트가 20일 실적을 발표한다. 특히 월마트 실적과 전망은 미국 소비의 전반적인 체력을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연준은 19일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공개한다. 경기 둔화는 금리 인하 필요성을 높이는 반면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은 연준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최근까지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과 AI 투자 열풍이 뉴욕증시를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끌어올렸지만 시장을 둘러싼 금리 환경은 오히려 녹록지 않아지고 있다. 미·이란 협상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유가가 추가 상승하고 장기금리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경우 고평가 부담이 큰 증시에 새로운 시험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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