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사과, 이런 비극 없도록 쇄신할 것"
우범곤 순경, 1982년 4월 26일 무차별 총기 난사
주민 56명 살해, 33명 총상…치명상 입은 6명도 숨져
전두환 정부, 보도 통제로 사건 덮어…42년 만에 위령제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1982년 경남의 한 마을에서 주민 56명이 살해된 ‘우순경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경남경찰청장이 공식 사과했다.
 | 우순경(우범곤) 총기 난사 사건으로 주민 56명이 사망했다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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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제2회 의령 4·26 위령제’가 진행됐다.
김성희 경남경찰청장은 유가족을 비롯한 지역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경찰은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제대로 된 사과의 말씀을 전하지 못했다”며 “더 늦기 전에 유가족과 그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사죄드린다”고 했다.
 | 26일 김성희 경남경찰청장이 경남 의령군 궁류면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엄수된 ‘우순경 사건’ 희생자 위령제에서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경남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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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없도록 성찰하고 쇄신하겠다”며 “국민들께 더욱 헌신하고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경찰 지휘부와 함께 유가족 대표 50여명을 별도로 만나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대표 측은 “경남경찰청장이 직접 방문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니 오래 묵은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다”며 “앞으로 추진할 ‘4·26 사건’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을 위한 특별법 추진에 경찰에서도 힘을 보태 달라”고 말했다.
 | 26일 김성희 경남경찰청장이 경남 의령군 궁류면 의령 426추모공원에서 엄수된 ‘우순경 사건’ 희생자 위령제에서 희생자 유가족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경남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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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우순경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밤 의령경찰서 궁류지서 소속이던 우범곤 순경이 이튿날 새벽까지 토곡리, 압곡리, 운계리, 평촌리 일대에서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한 것으로 당시 주민 56명이 숨지고 6명이 치명상, 33명이 총상을 입었다. 치명상을 입었던 이들 중 6명은 이후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총기 난사로 총 95명이 사상했지만 당시 전두환 정부는 보도 통제로 사건을 덮었고 위령제는 42년이 지난 지난해가 돼서야 처음으로 거행됐다.
 | 26일 오전 경남 의령군 궁류면 평촌리 의령426추모공원에서 열린 일명 ‘우순경 총기 사건’의 위령제에서 유족이 고인의 이름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경남 의령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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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은 지난해 위령탑을 완공했으며 총 사업비 30억원으로 궁류면 평촌리 위령탑 주변에 복합문화역사공원을 조성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위령탑 하나를 건립하는 데 42년 세월이 걸렸지만 추모공원 전체를 완성하는 데는 1년의 세월이면 충분했다”며 “미래 세대에게 영원히 기억되는 교육의 장이 되고, 매년 봄기운을 느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는 행복한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의령 4·26 추모공원은 오 군수가 정부에 국비 지원을 건의하며 위령제 등 개최와 함께 조성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