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용 로봇 활용도를 갖추고 있지만 핵심부품과 소프트웨어 등 산업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과 피지컬 인공지능(AI)은 주요국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이 정부 지원과 거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을 추월한 만큼 ‘로봇 활용 강국’에서 ‘로봇 산업 주도국’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로봇 산업의 구조적 전환과 한국의 전략적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한국의 제조용 로봇 판매량은 세계 4위, 제조업 종사자 1만명당 로봇 보급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밀도는 1220대로 세계 1위라고 밝혔다. 한국이 자동차와 전기·전자 등 주력 제조업을 중심으로 로봇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국가라는 의미다.
그러나 종합 경쟁력에서는 일본과 독일, 미국, 스위스, 중국에 이어 세계 6위에 그쳤다. 산업연구원이 전문가 조사를 통해 평가한 제조용 로봇산업 종합 경쟁력은 일본 95.5점, 독일 88.4점, 미국 80.6점, 스위스 79.5점, 중국 79.4점인 반면 한국은 72.9점에 머물렀다. 가장 취약한 분야는 핵심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조달’ 부문이다. 한국의 조달 경쟁력은 64점으로 가치사슬 가운데 가장 낮았다. 감속기·서보모터·센서·제어기 등 핵심부품의 높은 수입 의존으로 주요 부품 국산화율이 44% 수준에 그친 것이 약점으로 꼽혔다. 국내 로봇사업체 2509곳 가운데 97.9%가 중소기업이고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은 3.2%에 불과해 규모의 한계도 뚜렷하다.
박상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로봇이 공급망과 안보, 통상과 직결된 전략자산으로 부상했다”며 “로봇과 AI가 결합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경쟁의 중심도 하드웨어에서 데이터·소프트웨어·시뮬레이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도 핵심부품과 지능형 소프트웨어 기술개발, 산업 현장 데이터 표준화, 수요 연계형 실증 확대, 전문기업 육성과 생태계 고도화,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위한 전략적 협력 등 5대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며 “단순히 로봇 보급을 늘리는 정책에서 벗어나 핵심부품부터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시스템 통합까지 가치사슬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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