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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심해지면 사회 붕괴…필요한 건 `공생`
최재천 교수의 새 책 ‘최재천의 곤충사회’(열림원)는 2013~2021년 그의 강연과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한 에세이집이다. 미국에서 생태학을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인간을 탐구하기에 이른 삶과 연구 이력, 생각 등을 생생하게 풀어냈다.
최 교수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사회적 화두인 양심과 공정, 경쟁과 협력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며 책을 소개했다. 이어 “그간 신문이나 잡지 칼럼에 쓴 글을 묶어 낸 에세이는 많았지만 이번에는 의미 있는 강연을 모아 그 녹취를 바탕으로 책을 냈다”며 “직접 쓴 글보다 강연에서 말로 전한 이야기는 톡톡 튀는 맛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간에서는 인간과 다른 듯 닮은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책에서 곤충을 비롯한 자연의 삶을 “열심히 베끼자”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몇몇 식물들이 씨앗을 동물 털에 붙여 멀리 이동시키려고 고안해 낸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진 것이 찍찍이(벨크로)고, 이것이 의생학의 대표 사례”라며 “인간이 자연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지혜가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공생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공생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물이 없었다는 점에서다. 그는 “불평등이 심해지면 사회가 붕괴한다는 걸 동물 사회에서는 많이 볼 수 있다. 동물 사회를 관찰하면 알파 메일(으뜸 수컷)이 혼자 다 차지하지 않고 나눈다”며 “인간 사회는 한번 쥐면 너무 많이 가지려는 경향이 있는데 동물 사회에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인류가 현명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호모 심비우스’(공존하는 인간)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공생(symbiosis)에서 착안해 직접 만든 용어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을 의미한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공평을 주장하지만, 가진 자가 공평하게 살면 그런 사람들만 잘 살게 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평에 양심이 더해진 ‘공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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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기술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기후 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데에는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1994년에 미국에서 귀국할 때만 해도 ‘한국도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날이 오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오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국가 전체 R&D 예산이 30조원 정도인데, 하버드대 기부금 총액이 50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국가총생산(GDP) 대비 R&D 예산 비율을 자랑하지만 예산 액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문제 관련해선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기후 깡패, 기후 얌체로 불리는데 내가 보기엔 기후 바보다. 재생에너지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반도체도 자동차도 팔 수 없게 되는데 정부가 빨리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한 위기의 심각성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랜 연구 동료이자 세계적인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의 말을 빌려 “우리는 끝내 해결책을 찾을 것이고, 그래서 희망적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