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대명사가 됐던 `지프차`.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가장 맨 꼭대기에는 크라이슬러의 `Jeep`(짚)이 있다.
SUV의 자존심인 짚이 3년 만에 신차를 내놨다. 그 주인공은 `올 뉴 그랜드 체로키`. BMW에 이어 수입 SUV시장에서 2위인 크라이슬러 짚은 ` 뉴 그랜드 체로키`를 앞세워 1위를 탈환하겠단 전략이다. 그만큼 크라이슬러가 이 차량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
`올 뉴 그랜드 체로키`는 심장부터 내외부 디자인 등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을 제외하면 세계 시장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지난 8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시승행사에서 크라이슬러가 부활을 알리며 야심차게 내놓은 신차 짚 `올 뉴 그랜드 체로키`를 만나봤다.
◇ `그랜드 체로키`, 터프하다는 선입견을 버려라
2011년은 크라이슬러에게 특별한 한 해다. 상대적으로 약세인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헤 크라이슬러는 2011년형이 붙은 차량은 차체의 심장부터 모든 것을 바꿨다. 어느 것 하나 대충 넘겨갈 수 없다는 태세다.
출발지였던 인천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공항국도를 따라 을왕리 해수욕장까지 가속페달을 밟았다. 시속 140km까지 아주 부드럽게 나갔다. 시승 차량이 선두 차량의 속도에 맞춰 일렬로 이동해 더 이상의 속도는 낼 수 없었지만 안정감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가속감이 인상적이었다.
이 차량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바로 정숙성이다. 차량의 소음을 시험할 수 있는 시멘트 도로에서도 창문을 닫자 거의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차체의 강성을 기존 모델 대비 146% 높였을 뿐 아니라 흡음제가 포함된 이중 창을 사용해 소음이 차 안으로 직접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흡음제를 포함한 차체 유리는 주로 BMW 7시리즈·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에 쓰이는 기술로 SUV에 이 기술이 적용되기는 처음이다.
과속방지턱을 시속 60km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넘어봤다. 과속방지턱 이후 출렁거림의 여파 없이 차체의 균형이 빠른 시간에 잡혔다. 메르세데스-벤츠와 공유하는 새로운 4륜 독립식 서스펜션으로 소음과 진동을 확연히 잡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연비는 리터 당 7.8km로 BMW X5(9.0), 렉서스 RX350(9.1)에는 못 미치지만, 인피니티 FX35(7.9), 링컨MKX(7.9)와 비슷한 수준이다.
빠른 가속력에 정숙함까지, 신형 엔진이 주는 매력에 여성들이 더 좋아할 수 있는 SUV란 인상이 자리잡혔다.
◇ `독보적인` 오프로드 질주 본능..BMW "X5와 경쟁할 것"
`올 뉴 그랜드 체로키`를 탔다면, 모래와 진흙탕에서 헛바퀴 걱정은 없다.
에어 서스펜션은 2010년형 포르쉐 뉴 카이엔 터보와 파나메라 터보 등에 주로 적용된 기술로 1억 미만 차량 중에서는 `올 뉴 그랜드 체로키`에 최초로 적용된 기술이기도 하다.
시승차량에는 에어 서스펜션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지만, 시판용에는 적용될 예정이다.
`콰드라-리프트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의 상태에 따라 최고 106mm까지 차고를 5단계로 조절함으로써 노면 상태에 따라 노멀·스포츠·스노·샌드/머드·바윗길 등 5가지로 선택할 수 있다.
모래와 자갈이 주를 이루는 오프로드 길로 들어섰다. 시계방향으로 한 칸 돌려 샌드/머드 모드에 맞췄다. 접지력을 향상시켜, 추진력을 극대화함으로써 모래길도 막힘없이 나갔다. 진흙탕에서도 바퀴 공회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 편의시설 `빵빵`해지고 가격은 600만원 `다이어트`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퍼 패스트 A필러다. 1963년부터 시작된 그랜드 체로키의 전통을 그대로 재현한 동시에 짚 라인업 중 가장 빠르고 날렵한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평이다.
헤드라이트 빔 커버에 짚 엠블럼을 새겨 넣는 세심함도 엿볼 수 있다.
공간 역시 휠 베이스가 구형에 비해 10cm정도 커져 어른 4명이 타도 무릎 공간이 여유있을 정도다. 트렁크 역시 구형 대비 19%가 커져 1028리터가 적재되고, 2열을 접으면 1900리터의 공간이 넉넉하게 나온다.
편의 시설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문열림 리모컨도 운전석만, 혹은 모든 도어를 동시에 열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어 안전성을 높였다. 알파인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했으며 30기가 용량의 헤드유닛으로 6400곡 정도를 저장할 수 있다.
내년 초 출시모델부터는 앞차와 상대거리를 제어하는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 차량 앞 장애물을 감지해 경고음을 울리는 전방 추돌 경고 장치 등도 탑재할 예정이다.
올 뉴 그랜드 체로키는 엔진부터 소음, 디자인 등 모든 부분이 개선되고도 가격은 구형 모델 대비 600만원이 저렴해진 5590만원이다. 고급트림인 듀얼패널 선루프에 에어서스펜션 등이 탑재된 오버랜드 모델은 6890만원.
안영석 크라이슬러 사장은 "운전석 무릎 에어백, 스마트키, 4WD 시스템, 내비게이션 등 기존 모델 댑 700만원 가량의 옵션이 추가되면서도 가격은 600만원 인하된 것을 감안하면 기존 모델 대비 거의 1300만원이 인하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쟁 모델 중에서도 가격 경쟁력은 뛰어나다. BMW X5(9690만원)의 거의 60%수준의 가격인 동시에 RX350(7590만원), FX35(7520만원)에 비해서도 훨씬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