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흐름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매출 160억유로에 영업이익 66억유로로 각각 8.9%, 7% 성장하며 선방했지만, 루이비통을 거느린 LVMH는 매출이 808억유로로 5% 감소했고 순이익도 13% 줄어든 109억유로로 내려앉았다. 샤넬은 아직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직전 연도인 2024년 기준 매출이 4.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0% 줄었다. 한국 법인이 역대급 실적을 쏘아 올리는 사이 글로벌 본사는 저성장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 호실적의 배경은 반복된 가격 인상이 꼽힌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두 차례, 루이비통은 세 차례, 샤넬은 무려 다섯 차례 국내 가격을 올렸다. 가격 인상의 표면적 명분은 고환율·원가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을 넘나들었고, 금 가격 상승과 장인 인건비 증가도 부담 요인으로 꼽는다. 다만 이를 두고 업계에선 반복 인상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상은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 한국 등 성장 시장에서의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전략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동 전쟁으로 두바이 등 중동 주요 명품 쇼핑 허브 방문객이 급감 중이다. 특히 최대 시장인 중국마저 내수침체에 수요가 하락세다. 명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와 각국 지사가 모여 세일즈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한국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며 “발표 순서도 과거엔 후순위였지만 이젠 2~3번째로 올라왔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했다.
|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명품 시장에서도 브랜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최상위 브랜드로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통한 희소성 전략이 작동하면서 구매가 고가 브랜드로 쏠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부담 속에서 여러 제품 대신 상징성이 있는 명품 제품 하나에 집중하는 소비 경향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풀이했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리셀 시장이 수요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축으로 작동 중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이커머스가 가장 활발한 시장 중 하나다. 크림·솔드아웃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리셀 거래가 활발하다. 이른바 ‘롤테크(롤렉스+재테크)’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시계와 가방을 되팔아 차익을 노리는 것이 일반적이 됐다. 실제 사용 여부와도 무관하게 가격 상승을 전제로 구매가 이뤄지면서 명품을 소비가 아닌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는 흐름도 자리를 잡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가격 인상에도 수요가 유지되는 구조가 형성된 시장”이라며 “글로벌 수요가 둔화된 상황에서 브랜드들은 일정 부분 수요를 지탱하는 시장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리셀과 선물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소비를 넘어선 수요층이 존재한다는 점도 특징”이라며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최상위 명품 수요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