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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동북아 균형자론’ 계승 나선 文대통령
문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보여줬던 ‘동북아 균형자론’과 닮았다. 동북아 균형자론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동북 아시아의 평화를 구축한다는 비전으로, 양쪽 모두와 실리 외교를 벌인다는 점에서 그 양태가 흡사하다.
균형 외교의 한 중심축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정상회담은 그 의미가 크다. 지난해 7월 박근혜 정부에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서둘러 결정하면서 1년 4개월간 경색 국면에 들어섰던 한·중 관계가 본격적으로 해빙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경제 및 안보 측면에서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 미국을 제치고 우리 최대 교역국으로 떠오른 중국과의 무역은 한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필수요소가 됐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경제 제재가 과거 수준으로 복원되면 우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다시 활기를 띨 수 있다.
여기에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키를 사실상 중국이 쥐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북한에 대한 대화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때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통화 한 번 하지 못할 정도로 한·중 관계는 소원했다. 북핵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중국으로서도 한국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만 가는 상황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한국과 미국, 여기에 일본까지 ‘동맹’을 넘어 ‘군사적 협력’을 도모하는 그림은 중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의 ‘인도·태평양 구상’에 반대를 표명하면서 일본과 거리를 둔 것은 이번 회담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남·동중국해 지역에서 해양 영향권을 확장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새 동아시아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양국의 중국 봉쇄 전략에 확실하게 ‘No’를 선언하면서 시 주석과 신뢰를 마련하게 됐다.
◇사드 불씨 여전..장기적 플랜 필요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우선 내부적으로 보수 진영으로부터 한·미동맹 이탈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미국도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 역시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중국이 실제 관계 복원에 나설지 여부다. 문 대통령은 올 12월 방중해 양국 정상회담을 결정했지만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내년 2월 방한 초대에 미온적인 태도로 나섰다. 시 주석은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관건적 시기에 있다”는 말로 유보적인 입장도 취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31일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간 협의 결과’에서 ‘3불(不)정책(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사드 추가 배치 검토, 한·미·일 군사 동맹 등 불가)’을 내세웠다. 당장 12일부터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을 활용한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는 등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의 진정성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여기에 미국의 입장도 계산해야 한다. 우리의 ‘3불 정책’에 대해 미국 일각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의견들이 많았다. 한·미·일 동맹 유지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등을 놓고 미국이 우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우리 정부의 대응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아직까지는 국제 사회의 해결 우선 순위가 북핵 문제지만, 이후 벌어질 미중 간 알력 다툼의 무대가 한반도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