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이 함께 5000억~1조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를 만들어 금융사 부실 자산을 인수키로 했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긴급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규모를 1조달러까지 확대키로 한 것 등이 대책의 골자. 500억달러는 또 주택차압 방지에 쓰기로 했다.
이날 상원을 통과한 경기부양안(8830억달러)까지 합하면 미국 정부가 경제와 금융 시스템 문제 해소에 들이겠다고 밝힌 규모는 3조달러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날 뉴욕 증시는 5% 가까이 폭락했다. 막대한 규모에 비해 금융안정대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빈약하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간 자본을 어떻게 끌어들이겠냐는 의구심이 짙다. 기존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과 딱히 다른 점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금융구제안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디테일'이 확정되기 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만 할 것 같다. 시장의 불안감을 속시원히 해소시켜주지 못한 것이다.
◇ 최대 1조弗 민관합동펀드·연준 대출 확대 골자
재무부는 연준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함께 민간 자본을 유치, 5000억달러에서 최대 1조달러 규모로 민관합동펀드(PPIF)를 만들어 은행권이 안고 있는 비유동 부실자산을 사기로 했다. 사실상 이 펀드가 배드뱅크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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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일 뿐 아니라, 문제가 되고 있는 부실자산에 대한 평가 문제도 민간 자본의 참여를 통해 자연스럽게 결정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 재무부의 설명이다.
우선주 매입을 통해 은행에 직접 자금을 조달해 주는 자본지원 프로그램(CAP; Capital Assistant Program)도 뒀다.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하에서 이뤄진 2500억달러 규모의 자본매입 프로그램(CPP; Capital Purchase Program)과 유사한 것으로 정부는 금융안정기금(FST)을 만들어 지원하게 된다.
대신 이렇게 지원을 받게 되는 은행은 대출을 지속하기에 자본이 적정한 지에 대해 평가받는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필요하다면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 주거나 추가 자본조달을 도와줄 예정이다.
재무부는 또 은행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가계에까지 유동성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준의 긴급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TALF(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 규모를 1조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TALF는 자동차 할부금융과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대출 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자산유동화증권(AAA 등급) 흐름을 개선, 궁극적으로 소비자 신용 흐름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 원래 2000억달러 규모였던 것을 이번에 5배로 확대키로 한 것이다.
재무부는 TARP 집행과 관련해서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을 감안, 향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납세자들의 알 권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TARP와는 달리 금융 시스템 불안을 야기한 원인이 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500억달러의 자금을 쓰기로 하고, 조만간 의회 지도부, FDIC와의 논의를 통해 세부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원을 받는 은행들은 분기당 배당금을 0.01달러만 지급해야 하고, 주식을 사들이거나 인수에 나서거나 할 수 없다. 받은 돈을 목적에 맞게 쓰라는 것이다.
◇ 고스란히 남은 과제들..민간자금 어떻게 끌어들이나
재무부의 금융안정대책은 TARP와의 차별점을 강조하며 야심차게 발표됐지만 뼈대만 공개됐을 뿐, 구체 내용과 관련된 과제들은 불분명하다. 시장은 바로 이 점에 실망한 것이다.
우선 PPIF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인 재원마련 방법에 대해선 거의 설명이 없었다. 부실자산에 대한 평가 논란도 `민간에 맡긴다`는 입장을 보였을 뿐 결국 뜯어보면 해소된 게 없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대책이 없는 것 보다야 있는게 낫겠지만 뭘 의미하는 건지 확실하지 않다"며 "부실자산을 고가에 대량으로 사들이게 되는 것에 대해 보장을 한다는 것인지, 부실자산 매입시 민간이 입을 손실에 대해 링펜스(ring-fence) 보증을 한다는 것인지 구체화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은행 부실자산을 해소하려는 것이나 연준의 TALF를 확대하는 안 등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어떻게 구조가 짜여지나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자본이 부실자산 매입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선 가격이 매력적이어야 하나, 그럴 경우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은행들의 장부에서 패키지화된 대출 증권 가격은 시가(mark to market)로 평가돼 있지만 단일 대출은 시가로 평가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것. 그래서 일부에선 부실자산을 대출 증권별이 아닌 대출자산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이 때문에 부실자산 매입에 뛰어 들 가능성이 있는 사모펀드나 연금펀드 등도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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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최근 몇 년간은 구조화채권 매매를 통해 새로운 유동성이 창출되는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이 중요하게 작동했지만, 최근은 구조화채권 시장이 빈사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들어 민간 자본의 여력도 별로 없다는 점도 상기했다.
일각에선 PPIF가 부실자산을 매입하기에 너무 적다고도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에서 만들어진 신용자산의 손실이 2조2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를 3조6000억달러까지 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TARP의 아들이 아버지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금융안정대책의 내용이 TARP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잠재적 투자자인 금융사들은 자체적으로도 부실을 해소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져있는 상황. FT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지 못한 채 부실자산 해소가 강요되면 결국은 정부가 이를 사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럴 경우 금융시스템 구제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훨씬 더 많이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구제안의 핵심인 10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은행에 자본을 투입하거나 청산시키는 기준이 되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한 상세 설명도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