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7일 정책평가를 열고 예비후보 4명(강준호·김현철·이재영·최해천 교수, 가나다순) 중 최종 후보 3명을 가릴 예정이다. 일부 후보들은 가까운 교수들과 캠프를 꾸려 지지세를 넓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자들은 모두 개인 선거 홈페이지를 열고 직원·대학원생·학부생별 공약을 따로 내걸었다. 강준호 후보는 ‘교원 연봉 3억원·기본연구비 3000만원·책임강의 3과목’을 묶은 ‘333’ 슬로건도 만들었다. 유권자층을 쪼갠 맞춤 공약과 숫자 슬로건까지 정치권 선거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지방선거 단골 공약인 ‘지하철역 유치’도 등장했다.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 4명 모두 발전계획서에 ‘경전철 유치’를 넣었다. 김현철 후보는 신림선 연장과 서부선 서울대역 유치, 이재영 후보는 학생회관역(가칭) 신설, 최해천 후보는 경전철 교내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신림선 교내 연장은 서울시와 서울대가 비용 분담에 이견을 보이면서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추진이 무산된 사업이다.
학내에선 “선거 운동이 정치인 뽑는 선거 못지않다”는 말도 나온다. 한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 표 한 표가 너무 중요하니 후보들이 교수 연구실에 매일 들락날락할 정도로 선거운동 열기가 대단하다”며 “선거기간만 되면 여러 캠프에서 영입 제안이 와서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고등교육의 향방을 가늠할 서울대 총장 선거가 리더십 경쟁이 아닌 ‘표퓰리즘’으로 흐르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들도 표를 많이 받아야 하니 구성원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선거가 인기영합(포퓰리즘)으로 흐르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표는 교원이, 결정은 이사회가…‘설익은’ 선출 구조
서울대 총장 선거에서 공적 역할에 대한 철학보다 표심을 겨냥한 공약이 앞서는 배경으로는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선출 제도가 이유로 꼽힌다.
서울대 총장은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예비후보 4명을 추리면 교원·직원·학생 정책평가단이 최종 후보 3명을 선발한다. 이후 이사회가 1명을 선택해 교육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뽑힌다. 2011년 법인화 이후 위원회 심사(간선)와 구성원 투표(직선), 이사회 선임(임명)을 한데 섞은 구조다.
3단계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했지만 실제로는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장 후보 3명을 가리는 데 구성원 정책평가 결과가 반영되는 비중은 2014년 40%, 2017년 75%를 거쳐 현재 100%로 높아졌다. 표를 얼마나 모으느냐가 최종 후보에 드는 관문이 된 셈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이사회가 하고 어떤 기준으로 골랐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실제 2014년 이사회는 총추위 평가 1위 후보 대신 2위를 선임하면서도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표심을 겨냥한 공약이 나와도 이를 걸러내거나 책임을 물을 곳이 마땅치 않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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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권이 한 집단에 쏠려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책평가단은 교직원 453명(교원 394명, 직원 55명, 부설학교 교원 4명)이 참가한다. 학생 평가는 참여 인원과 관계없이 교원 정책평가단 인원의 9.5%로 환산된다.
총추위 위원 30명 중 학생은 1명뿐이다. 그 결과 후보 모두가 교원 혜택에 집중한 공약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 후보 4명 모두 교원 급여 인상을 약속했고 강준호 후보는 ‘연봉 3억원’ 공약까지 내놨다.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선 총장 선출 과정에서 재학생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A(26)씨는 “교직원들이 학생보다 학교에 머무는 기간이 훨씬 길다보니 그들의 의견을 더 반영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면서도 “다만 이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후순위로 밀리고,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본질이 퇴색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총장 선출에서 학생 평가 반영 비율을 조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선출 제도의 개선 뿐만 아니라 총장 선거가 대학 본연의 역할을 묻는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상욱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전북대 교수)은 “서울대는 일반 대학과 다르다”라며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는 대학인만큼 국가와 사회가 서울대에 요구하는 고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현행 제도에 대해 “1차 투표로 추린 후보들을 구성원을 대표하는 선거인단이 숙의·공론 과정을 통해 더 깊이 따져보는 방식으로 한 번 ‘쿨다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