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총액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로열티다. MSD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SC제형 개발에 나섰고, 다이이찌산쿄 역시 ADC(항제약물접합체) 신약 엔허투 SC 제형 개발에 돌입했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250억 달러 매출로 글로벌 1위 블록버스터 의약품이고, 엔허투는 2028년 300억 달러에 달하는 ADC 시장을 리드하는 의약품이기에 로열티 수취로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된다.
여기에 알테오젠은 단순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ALT-B4 기반 통증 완화 신약 ‘테르가제’도 개발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특히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알테오젠과 미국 할로자임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할로자임은 특허 기간이 2030년에 만료된다. 반면 2043년 특허 만료되는 알테오젠의 독점적 시장 안착이 가능하다. 이런 잠재력은 고스란히 투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2일 9만1500원이던 주가는 12월 30일 30만9500원으로, 1년간 238% 증가했다. 시가총액은 16조원 규모로 코스닥 1위다.
최근 바이오 투심 한파로 일부 대형 기업들을 제외한 K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K바이오 업계 역시 위기를 느끼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바이오텍 관계자는 “신약개발분야는 아무리 유망하다고 하더라도 열매를 맺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과거와 달리 투자자들은 끝까지 기다리지 않는다”며 “일부 CDMO 분야와 의료기기 쪽으로 수급이 쏠리고 있다. 다만 신약개발을 하면서도 플랫폼 기술로 조기 성과를 내는 알테오젠을 향한 투심은 의미하는 바가 여러모로 크다”고 말했다.
알테오젠처럼 기술수출 같은 조기성과를 반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신약개발도 성공시키는 모델이 추가로 나와야 K바이오 섹터가 살아날 수 있다. 최근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만치료제 분야가 K바이오에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2021년 노보노디스크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삭센다 개발로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한 비만치료제 시장은 향후 20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메가톤급 분야다. 현재 변혁기를 맞고 있는데, 1일 1회, 1주 1회 자가 투약하는 주사를 한달 1회, 두달 1회 투약을 가능하게 하는 장기지속형 기술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GLP-1 계열에서 가장 최적화된 장기지속형 기술은 마이크로스피어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수준의 마이크로스피어 플랫폼 기술을 자체 개발한 기업이 바로 펩트론(087010)과 인벤티지랩(389470)이다. 비만치료제 시장 강자 일라이릴리와 또 다른 빅파마 베링거인겔하임이 이들 기업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이유다. 펩트론과 인벤티지랩이 기술이전으로 정점을 찍을 경우 플랫폼 기술 인정은 물론 알테오젠처럼 반복적인 대규모 기술이전이 가능하다. 이들 기업의 성공적인 성장 스토리는 침체된 K바이오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절실하다.
잘 만든 혁신기술 하나는 바이오 벤처 기업은 물론 국내 K바이오 산업, 더 나아가 정부가 오랫동안 외쳐댔던 바이오 강국 도약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민간과 정부의 혜안과 미래는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