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고 매콤한 라면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부스마다 다양한 라면을 주문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절로 샘솟는다. 낙후된 구미역 구도심 거리에 모처럼 20·30 젊은층이 가득하다. 바로 ‘2024 구미라면축제’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이기혁(가명) 씨는 “1년을 기다려왔던 보람이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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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라면축제가 지난 1일 구미역 일대에서 개막했다. 구미라면축제는 구미시와 농심(004370)이 협업한 지역 상생 축제다. 2022년 첫 행사 이후 올해 3회째다. 이번 축제는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을 주제로 삼아 구미역에서 직선거리로 한솔중·고교까지 475m 길이로 축제장을 조성했다. 구미 지역 요리사 15명이 만드는 각종 라면을 축제장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1일 오후 찾은 행사장은 개막 첫날임에도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야채곱창라면’ 부스는 밀려드는 손님들의 주문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철판에 기름을 둘러 곱창을 볶아내는 소리에 흥겨움이 묻어났다. 이곳 사장은 “예전에 하던 곱창 요리 솜씨를 살려 ‘야채곱창라면’으로 이번 축제에 첫 참여했다”며 “오전에만 벌써 100번째 주문이 넘어갔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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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최저 5000원에서 최대 9000원까지 저렴했다. 바가지가 없는 행사라는 점에서 손님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친구들과 경기도 광명에서 온 백효진(48·여) 씨는 “지역 행사를 가면 비싼 가격이 기본인데 이곳은 만원 한장이면 여러 메뉴를 먹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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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백미는 갓 튀긴 라면을 구매할 수 있는 농심 스토어다. 이곳에선 농심 구미공장이 당일 만든 신라면, 짜파게티 등 갓 튀긴 라면을 구매할 수 있다. 제품 가격은 시중 대형마트 가격보다 저렴하다. 수십여명의 사람들이 늘어서며 진풍경을 연출했다. 사람들의 두 손에는 라면이 담긴 봉지가 들려있었다. 농심에 따르면 갓 튀긴 라면의 첫날 판매량은 7만 9000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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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상인들의 반응도 긍적적이다. 특히 구미역 인근 원평동은 구도심으로 유동 인구가 줄어들며 공실이 높은 곳으로 통한다. 하지만 구미라면축제로 외지 관광객 등 유입효과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미시에 따르면 2022년 행사 첫해 2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지난해에는 4배가 넘는 10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이중 약 40%는 타지역 관광객으로 나타났다.
축제장 인근에서 ‘골목커피’를 운영 중인 박홍태 씨는 “평일에는 하루 50여잔 정도 팔리는데 지난해 축제 때는 100잔 이상 2배 이상 더 팔린다”며 “보통 이곳에 사람이 별로 없는데 축제가 열리면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꽤 일어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편의점들도 대박이 터졌다. 축제 참여자들이 생수 등 물건을 대거 사가면서다. 축제장 인근 편의점 점주 이모 씨는 “오늘 축제로 평소 대비 주문이 2~3배 이상 많다”며 “라면축제에 따른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고령의 상인들도 축제가 반갑다. 당장 직접적인 물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과거와 같은 활기가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시장 인근에서 30년간 세탁소를 운영 중이라는 이종삼 씨는 “축제에서 라면 등을 먹고 시장에서 족발 등 식사를 먹으러 가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근처에 늘어나게 되니 축제가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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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호 구미시장은 “현재 지방 구도심들이 쇠퇴하고 있는데 축제를 통해 인근 상권을 살리고 관광 콘텐츠를 확대코자 하는 것이 취지”라며 “올해는 지난해 10만명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장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올해 역시 일본, 대만, 베트남 등 해외에서 관광객도 오고 있는데 앞으로 국제적인 축제로 발전시켜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