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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희생자에 죄송…국민 생명·안전 위한 새 행동 시작”

김미영 기자I 2023.04.16 17:55:46

안산 화랑유원지서 세월호참사 9주기 기억식
이태원참사·가습기참사 유족 등도 참석
마르지않은 눈물 속 …‘기억, 약속, 책임’ 다짐
보수단체 훼방에 유족들 격앙키도

[이데일리 김미영 권효중 기자] “세월호참사 때 슬퍼만 했던 게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다. 함께 애도하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분노했어야 내 아이를 지킬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우리 아이가 이렇게 간 것 같고… 세월호 부모님들께 정말 미안했다.”(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가영엄마’)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지 9주년.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단원고가 있는 경기 안산의 화랑유원지에서 9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특히 이번 기억식은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참사 후 처음 열린 것으로,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후 3시께 시작된 기억식엔 여야 대표 등 정치인들과 노란색점퍼를 입은 유족들, 노란색 종이나비를 든 일반시민들 등 2000여명이 자리했다. 이태원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대구지하철화재 참사 피해자 유족 등도 자리해 ‘연대’를 보여줬다.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함께 “사랑해, 사랑해”라고 노래를 하며 희생자 이름이 한명씩 쓰인 노란종이를 들어올리자, 자녀 이름을 마주한 유족들이 눈물을 찍어냈다. 9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은 눈물이었다.

특히 이번 기억식에선 156명이 희생된 이태원참사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가칭 ‘4·16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준비위’는 “생명과 안전이 모두의 권리로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난 9년을 달려왔음에도 사회적 참사가 재발되고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이 겪었던 권리 침해, 모독이 이태원참사의 피해자들에 재연되는 데 개탄한다”고 했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조사, 책임자처벌,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이태원참사로 이어졌단 지적이었다. 단원고 2학년6반 고(故) 이영만군의 형 영수씨는 동생에 띄운 편지에서 “9년의 다짐이 모두에게서 희미해지는 것 같아 두렵다”며 “세월호와 이태원. 이런 일을 피하려면 분향소가 몇 개가 더 필요한 걸까”라고 토로했다.

유족들과 참석자들은 ‘기억과 약속, 책임’을 다짐했다. ‘10주기 위원회 준비위’는 “모두가 안전히 살아갈 권리를 제도적으로 확립하고, 모든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국가권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할 새로운 다짐, 약속, 행동을 시작하자”고 했다.

한편 기억식 행사장 밖에선 자유대한호국단, 화랑지킴이 등과 같은 보수단체 회원 20여명 등이 식전은 물론 진행 중에도 ‘훼방성’ 집회시위를 열면서 소란을 빚었다. 이들은 확성기를 통해 “몇 년을 우려먹냐, 내 자식 죽어도 이렇게는 안한다”며 “세월호 XX들아,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납골당은 안된다”고 거친 욕설을 퍼부어댔다. 보수유튜버들까지 가세하면서 유족들과 기억식 참가자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세월호참사로 조카를 잃었다는 40대 김모씨는 중학생 딸과 함께 기억식에 와 “적어도 추도식 때만이라도 저러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제대로 참사를 해결 못하고 정쟁으로 바뀌니 이렇게 돼버렸다, 자녀들에게 뭘 가르칠 수 있겠나”라고 했다.

한편 이날 서울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에선 오후 4시 16분, 추모와 묵념으로 시작하는 시민기억식이 진행됐다. 광화문 광장에 유족단체가 만들었던 천막이 옮겨온 곳으로, 서울시의회와 협의한 부지 사용 기간이 지난해 6월로 끝나면서 ‘불법·임시 건축물’ 처지가 된 곳이다. 하지만 9주기인 이날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상징적인 추모공간임을 보여줬다. 이외 팽목항(현 진도항)이 있는 전남 진도 등 전국 곳곳에서도 세월호 희생자 추도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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