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의 아들 B씨는 2023년 9월 20일 오후 10시께 경기 의정부시 자택에서 약 3ℓ의 피를 토했다. 평소 간 질환을 앓던 B씨는 5~6차례 토혈한 뒤 거동조차 어려운 상태였지만 A씨는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다.
25년간 보험설계사로 일한 A씨는 다음 날 아들의 사망을 담보로 하는 보험 2건에 가입했다. B씨가 질병으로 숨지면 각각 최고 5000만원과 2억원을 지급하는 상품이었다.
A씨는 아들을 피보험자로, 자신을 보험계약자이자 사망보험금 수익자로 지정했다. 보험계약서의 피보험자 동의란에도 아들 대신 임의로 서명했다.
B씨의 위급한 상태는 A씨의 지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지인은 21일 밤 “지인의 아들이 어젯밤에 피를 토했는데 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고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과 구급대원은 집 안 화장실 앞에 쓰러져 있던 B씨를 발견했다. 당시 의식과 호흡, 맥박은 있었지만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2일 새벽 저혈량 쇼크와 토혈로 숨졌다.
A씨는 아들이 숨진 뒤 사망진단서 등을 제출하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2억원을 청구받은 보험사는 가입 경위와 사망 과정에 의문을 품고 지급을 거절했지만 다른 생명보험사는 한 달 뒤 2500여만원을 지급했다.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보험사는 2024년 1월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1년 넘게 수사한 끝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로 송치했으나 공소청은 보완 수사 후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재판에서 아들이 피를 토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했고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인지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보험 가입 당일 아들을 만나 계약서에 직접 서명받았다며 보험금 청구에도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신고자 진술과 병원 진료기록 등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료기록에는 B씨가 전날 밤부터 세 바가지 이상 피를 토해 바닥이 흥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남편에게 들은 내용을 의료진에게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남편은 아들이 응급실로 이송된 뒤에야 토혈 사실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남편은 하반신 마비로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였다.
의료진은 대량 토혈 이후 B씨가 점차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기력이 떨어졌을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외출하거나 보험계약서에 직접 서명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실상 피해자를 구호할 유일한 보호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그대로 집안에 유기했을 뿐 아니라 이를 기회로 금전적 이익을 취득하려 했다”며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륜에 반하는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피해자에 대한 연민이나 반성하는 태도를 찾아볼 수 없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2억원의 보험금을 노린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과 A씨가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온 것으로 보이는 점, 벌금형 이상의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공소청과 A씨는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