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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이란전쟁…유가 5% 급등
이날 위험자산을 가장 강하게 압박한 것은 다시 격화한 중동 정세였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목표물에 대한 추가 공격에 나섰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공습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기뢰 설치 시도와 요르단 미군기지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란이 대응할 경우 추가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으로 향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가혹한 응징’을 경고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5.2% 오른 배럴당 90.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4.6% 상승한 94.65달러로 마감했다.
문제는 고유가가 단순한 에너지시장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파와드 라자크자다 포렉스닷컴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촉발할 위험이 커지면서 통화정책이 더 긴축적으로 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국채금리가 계속 오르는 것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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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채권시장의 움직임은 이날 주식시장의 또 다른 악재였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798%까지 올라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뉴욕증시 마감 무렵에도 4.79% 안팎을 나타냈다.
채권 매도세는 미국만의 현상도 아니었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돌파했고 독일과 영국 등 주요국 장기금리도 수년에서 수십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최근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에는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뿐 아니라 주요국의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증가,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급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장기간 채권을 보유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면서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맷 말리 밀러타박 전략가는 “주식시장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금리 상승을 무시할 수 있었다”면서도 “과거를 보면 높은 금리는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다만 아직 금리 변동성 자체가 금융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단계까지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의 캐머런 크리스 매크로 전략가는 “금리 변동성이 전반적으로 잘 억제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며 최근 수년간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시기는 대부분 금리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을 때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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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68.2%까지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39.6%에서 크게 높아졌다.
지난주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충분한 속도로 둔화하지 않을 경우 추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데 이어 유가까지 급등하면서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이 실렸다.
다만 이날 나온 경제지표는 오히려 경기 모멘텀 약화를 가리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구인 건수는 727만2000건으로 전월과 큰 차이가 없었다. 채용과 자발적 퇴직도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노동시장의 ‘저채용·저해고’ 흐름이 이어졌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4.6으로 전월 55.6보다 하락했다. 제조업은 8개월 연속 확장했지만 성장 속도는 둔화했다. 7월 건설지출 역시 전월 대비 0.5% 감소했다.
결국 연준 입장에서는 경기는 식는데 유가와 물가 압력은 다시 높아지는 불편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로스 메이필드 베어드 투자전략가는 “지난주 금요일 워시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이어 이란 공습과 유가 상승까지 겹쳤다”며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던 시장에 위험회피를 촉발하기에 완벽한 조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시장이 반영하는 전망과 달리 아직 9월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만큼 경제지표가 충분히 바뀌지는 않았다고 봤다. 메이필드는 “시장은 현재 동결보다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9월에는 동결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연말까지는 최소 한 차례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역시 유가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워시 의장이 주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연준의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장기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며 두세 차례 인상하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장기금리 상승이 단순히 연준의 정책금리 전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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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에 민감한 기술주는 이날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2.1% 하락했다. 특히 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종목이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국제유가 급등에 힘입어 S&P500 에너지 업종은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강한 흐름을 보였다.
애플은 시장 분위기와 달리 2.6% 상승했다. 존 터너스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첫 거래일이었다. 터너스 CEO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제품 파이프라인이 강력하다며 다음 주 예정된 아이폰 신제품 공개를 자신했다.
9월이라는 계절적 부담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피셔인베스트먼츠가 파이니언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26년 이후 월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달은 9월이 유일하다.
메이필드는 “9월은 역사적으로 다른 달과 큰 격차를 보이며 가장 부진한 달”이라며 “특히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이 시점부터 정치적 불안과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오는 4일 발표되는 8월 고용보고서로 향하고 있다. 노동시장 냉각이 예상보다 빠를 경우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있지만 고용이 견조하거나 임금 압력이 다시 높아진다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사이에서 연준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지를 가늠할 핵심 지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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