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의사과학자의 길을 선택한 이유다. 지방간과 간경변, 간암 환자를 진료하며 치료의 한계를 절감한 그는 진료실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실로 향했다.
30일 이데일리와 만난 성 교수는 “간질환은 희귀질환은 아니지만 치료제가 부족한 대표적인 질환”이라며 “환자를 보다 보니 진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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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교수는 처음부터 연구자를 꿈꾸지 않았다. 의대 시절에는 전문 분야를 가진 임상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인턴과 레지던트 시절 간질환 환자를 돌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치료할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면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인턴 때 간 분야를 경험하면서 환자는 정말 많은데 치료가 잘 안 되는 모습을 계속 봤다”며 “‘이 분야는 앞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 정말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레지던트를 마친 뒤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면역학과 간염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한 것도 임상에서 얻은 질문을 기초연구로 풀어내기 위해서였다. 현재는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며 지방간 면역치료를 중심으로 장내미생물과 간암 면역치료,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가 가장 집중하는 분야는 지방간 치료다. 지방간이 염증과 간섬유화를 거쳐 간경변으로 진행하는 과정을 막는 새로운 치료법을 찾고 있다. 동물모델과 환자 조직 분석을 함께 활용해 연구를 하고 있다. 지방간 위험도를 조직검사 없이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도 기업과 공동 개발해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간질환 치료제 개발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최근 지방간 치료제가 등장했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라는 게 성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지방간 환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며 “결국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신약을 만드는 것이 연구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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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교수는 연구만큼 시급한 과제로 간질환 전문의 부족을 꼽았다. 소화기내과 안에서도 간·췌담도 분야를 전공하려는 의사가 줄면서 지방에서는 간질환 전문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증 환자가 많고 업무 강도가 높은 데 비해 개원 여건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지원자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방에서는 KTX를 타고 서울까지 진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며 “진료도 중요하지만 치료제를 개발할 의사과학자와 중증 환자를 책임질 전문의를 함께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에게는 조기검진과 생활습관 개선을 거듭 당부했다. 간질환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생활습관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병을 키우는 환자도 적지 않다고 했다.
특히 알코올성 간질환은 금주가 치료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해 금주 치료까지 지원하지만 이미 알코올 의존이 심한 환자는 술을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간이식을 받고도 다시 술을 마셔 간경변이 재발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의사과학자의 가장 큰 경쟁력은 환자의 문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한다는 데 있다고 했다. 진료실에서 얻은 질문이 연구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실제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법을 개발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는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과학자는 그것을 개발하는 사람”이라며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가장 빠르게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의사과학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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