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도난 후 되찾은 '달성 유가사 영산회 괘불도', 보물 된다

김현식 기자I 2024.12.30 10:53:14

국가유산청,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삼봉선생집 권7'' 포함 3건 지정 예고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국가유산청은 ‘달성 유가사 영산회 괘불도’,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 ‘삼봉선생집 권7’ 등 3건의 문화유산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30일 밝혔다.

달성 유가사 영산회 괘불도 비로자나불 부분
‘달성 유가사 영산회 괘불도’는 1993년 도난됐다가 2020년 환수한 유물이다. 화기에 있는 기록을 통해 1784년이라는 제작 연대와 영산회라는 주제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도난 과정에서 화기 일부가 훼손돼 불화를 그린 승려들은 확인할 수 없다. 머리와 얼굴의 형태, 신체의 비례와 표현 감각, 각 도상의 배치와 곳곳에 사용된 다양한 문양 소재 등으로 볼 때 18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유성 화파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석가여래를 압도적으로 크게 그리고 비로자나불과 노사나불을 화면 상단에 작게 배치한 삼신불 형식이다. 서산 개심사 영산회 괘불도(1772년)에서도 이와 같은 구도가 확인되지만 본존이 앉아 있는 형태인 좌상으로 표현된 괘불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해당 시기의 괘불은 10m를 넘거나 이에 조금 못 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달성 유가사 괘불은 폭 약 4.5m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은 소형이다. 이는 사찰의 공간 배치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당시 유가사의 공간 구성과 사찰의 규모를 추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평가다.

국가유산청은 “도난 과정에서 상하축이 잘려나가고 일부 색을 다시 칠한 부분이 있으나 본존을 좌상 형식으로 그린 영산회 괘불이면서 삼신불로 구성한 점은 불교도상 연구 측면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
‘대방광불화엄경소 권118’은 당의 승려 징관(738~839년)이 지은 ‘화엄경수소연의초’에 대해 송의 승려 정원(1011~1088년)이 상세하게 해설을 단 ‘대방광불화엄경소’의 전체 120권 중 권118에 해당하는 불경이다.

‘대방광불화엄경소’는 대각국사 의천(1055~1101년)이 고려로 귀국할 때 송의 정원이 선물한 이후 2900여 장의 경판을 통해 고려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이 경판을 가지고 책을 찍었는데, 일본이 여러 차례 경판을 요청해옴에 따라 1424년(세종 6년) 다른 경판들과 함께 일본에 하사한 이후로는 더 이상 인출본을 찾아볼 수 없어 가치가 크다.

대각국사 의천이 완성하고자 했던 대장경의 주석서 집성 과정과 경판의 후대 전래, 이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라는 평가다. 또한 이 수입 경판을 일본에 하사한 사실을 통해 한·중·일 삼국의 불교교류 양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삼봉선생집 권7
‘삼봉선생집 권7’은 여말선초의 학자이자 문신인 정도전의 문집이다. 정도전의 문집은 1397년(태조 6년)에 처음으로 아들 정진이 ‘삼봉집’이라는 서명으로 간행했는덷 이는 정도전이 평소 정리해두었던 글을 정리해 엮은 것으로 권근의 서문이 실렸다.

책의 판본은 정도전이 왕자의 난에 연루되어 생을 마감하면서 흩어져 없어졌다. 이후 정도전의 증손인 정문형이 경상도관찰사로 재직하던 1465년(세조 11년) 흩어진 초간본을 바탕으로 내용을 보태 ‘삼봉선생집’이라는 제목으로 안동에서 간행했는데, 이는 중간본으로 불리며 총 7권본의 구성이다. 이후 정도전의 문집은 정문형이 강원도관찰사로 재직하던 1487년(성종 18년) 강릉에서 다시 ‘삼봉집’이라는 이름으로 간행됐는데 이를 삼간본이라 하며 총 8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삼봉선생집’은 중간본의 권7에 해당한다. ‘불씨잡변’, ‘심기리편’ 등의 내용과 함께 정진의 초간본 발문과 정문형의 중간본 발문, 간행 관계자 기록이 수록돼 있다. 지정 예고 대상본에만 수록되어 있는 이러한 기록은 ‘삼봉선생집’의 간행과 전래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사료적 가치가 크다.

또한 희소한 조선 초기 문집 가운데 하나라는 점, 현재 전하는 다른 판본과의 비교 검토가 가능하다는 점,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라는 인물의 역사적 중요도 등으로 볼 때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