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문진영 전공의(단독저자)가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2003년~ 2018년)를 활용해 국제적 독성이슈 물질인 과불화합물(PFAS, Perfluoroalkyl substances)과 신장기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사구체여과율(eGFR)과의 인과관계를 통계적 인과성 추론을 이용해 최초로 검증했다.
이 연구에서 통계 모델은 다변량 선형 회귀 모형, 일반화 가법 모형, 회귀-불연속 모형을 적용했으며, 독립변수는 과불화합물의 혈중농도, 종속변수는 사구체여과율을 사용해 분석했다. 과불화합물의 4가지 세부유형은 Perfluorooctanoic acid(PFOA), Perfluorooctane sulfonic acid(PFOS), Perfluorohexane sulfonic acid(PFHxS), Perfluorononanoic acid(PFNA) 등이다.
연구 결과 과불화합물의 혈중농도(ng/mL)에 자연로그를 취한 값이 1ng/mL 증가할 때마다 사구체여과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PFOA는 4.63 mL/min/1.73m2 저하, PFOS는 3.42 저하, PFHxS는 2.37 저하, PFNA는 2.87 저하를 보였다. 역 인과관계의 가능성을 병태생리학적 기전의 면밀한 검토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실증을 통해 배제했고, 방향성 비순환 그래프를 이용해 과불화합물의 혈중농도와 신기능 손상 사이의 인과 추론에 추가적인 교란변수의 보정은 필요치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과불화합물은 영원히 분해되지 않는다고 알려진 고분자의 화학물질로 ‘forever chemical’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가까이는 주방용품에 사용하는 테플론부터 테이크아웃 커피잔의 코팅제, 식품 포장 등 온갖 소비재의 제조에 쓰이는 기반 물질이며, 현재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과불화합물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고 생태계에서 전혀 분해가 되지 않는 고분자 상태로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여러 과학자들의 감축 논의가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감축 논의가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에 대한 스톡홀름협약이며, 과불화합물 또한 통제되는 화학물질에 포함되어 있다. 스톡홀름협약 이후 과불화합물 중 분자 단위가 매우 큰 고분자 화합물질의 사용은 점차 줄고 있지만 새롭게 분지된 이성질체(branched isomer)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대체 물질에 대한 안전성은 검증되어 있지 않다.
문진영 전공의는 “이번 연구는 과불화합물의 신장기능 손상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준 연구로, 과불화합물이 우리 소비재에 널리 쓰이는 물질인 만큼 완전 퇴출은 어렵겠지만, 점차 저분자량의 안전한 과불화합물로 대체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새로운 화학물질이 사회에 도입되면 건강에 대한 영향이 검증되기 전까지 무방비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최소한의 안전검사를 통과했더라도 10~20년 정도의 추가적인 통시적 관찰을 통해 건강 영향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nvironmental Pollution’ 11월호에 게재 확정됐으며, 온라인판에 최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