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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8시57분 검은색 정장에 자주빛 넥타이를 매고 회의실에 평소보다 빠르게 도착한 이 총재는 위원장 자리에 착석해 사진 기자들의 요청에 따라 의사봉을 6차례 두드렸다.
회의실에는 취재진을 포함해 60여명의 인파가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엄숙했다. 집행간부들과 금통위원들이 간단한 인사를 나누거나 짧게 얘기를 나누기만 할뿐 잡음은 거의 없었다.
앞서 오전 8시54분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부총재가 금통위원 중 가장 먼저 회의실에 도착했다. 세 번째 금통위를 맞이한 유 부총재는 목이 타는듯 물을 한잔 마시기도 했다. 곧바로 신성환 위원이 입장했다. 이어서 조윤제·박춘섭·서영경 위원이 연달아 입장했다. 다만 금통위원들의 착석은 오전 8시58분쯤에서야 완료됐다. 취재진의 촬영 열기에 조 위원이 2분 정도 착석을 하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조 위원은 직원들에게 웃으며 ‘괜찮다’고 하기도 했다.
소란스러웠던 촬영 이후 이 총재가 취재진에게 “수고하셨습니다”고 하자 다시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 총재도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긴장되는듯 했다.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며 아이스브래이킹(ice breaking)을 하던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총재는 시선을 이곳 저곳에 두며 마른침을 여러차례 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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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했던 주요 논리는 ‘물가 경로’가 한은 예상대로 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은은 이달초 물가 흐름이 기존 예상 경로를 웃돌았다고 평가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유가·농산물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은 지난 8월 전망 경로를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는 금통위원들의 물가에 대한 우려가 담기기도 했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의 물가 상방리스크를 고려할 때 이에 대응한 긴축기조가 기존 예상보다 강화돼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며 “향후 인플레이션 둔화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추가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11시10분께 통화정책방향 설명회를 통해 금리 결정 이유 등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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