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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해즈브로, 마텔 등 장난감 제조업체들은 공급망 악화, 원자재가격 및 물류비 상승 등 추가 비용 일부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장난감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장난감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상황이 코로나19 발병으로 많은 항구와 공장이 일시 폐쇄됐던 지난해보다 악화했다고 입을 모은다. 오리건주에 30명 직원을 두고 있는 소형 장난감 업체 호그 와일드의 요주아 뢰젤 영업·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작년엔 우리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더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손해를 보면서 물건을 팔 수는 없다”며 현재 소매업체들과 가격 재협상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호그 와일드는 올해 초 핸디 그랩스라는 장난감을 14.99달러에 출시했지만, 최근 일부 소매점에서 가격을 17.99달러로 인상했다.
대다수 장난감 업체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해상 운송시 병목 현상이 발생해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만든 제품은 운임비에 인건비까지 올라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상운임 비교 서비스 제공업체 프레이토스가 집계하는 발틱·프레이토스 컨테이너선 운임지수(FBX)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 향하는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운임 비용은 2019년 7월 1550달러, 지난해 7월 2680달러에서 28일 현재 1만 8346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컨테이너 입찰 경쟁이 심화하면서 실제 운임 비용은 더 비싸다.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부활절 달걀 장식용 키트를 판매하는 텍사스 장난감 업체는 지난주 40피트 컨테이너를 1만 9500달러에 예약했지만,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한 입찰자에게 돌아가게 됐다. 결국 이번주 2만 2500달러를 내고 다른 컨테이너를 예약했다.
이 회사의 공동 설립자 커티스 맥길은 “중국에서 8월 15일까지 항구를 떠나지 않은 제품들은 연말에나 도착하기 때문에 이 제품들은 내년 휴가 시즌까지 재고로 보관해둘 것”이라며 “올해 크리스마스를 대비해 생산한 제품 중 절반 가량은 (운임비용 부담으로) 해외에 놔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재고가 없어 올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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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즈브로는 올해 3분기 중에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4월 운송비 및 원가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예고한바 있다. 해즈브로는 거의 모든 제품을 아웃소싱으로 생산하고 있다. 브라이언 골드너 해즈브로 최고경영자(CEO)는 “올 하반기 배송 지연을 피하기 위해 더 다양한 국가에서 아웃소싱하고 있으며, 더 다양한 항구와 선적 항로를 사용하고 있다”며 “재고 확보를 위해 (생산) 지역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재고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에 여러 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마텔도 병목현상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논 크레이즈 마텔 CEO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예기치 않은 공급망 문제가 여전히 있을 수 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높은 운임 비용 외에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인상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MGA엔터테인먼트의 아이작 래리언 CEO는 “일부 중국 공장에서 높아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중 20% 이상을 우리에게 청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제품 가격을 너무 많이 올리면 고객의 손에 닿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MGA엔터는 10달러짜리 인형을 12달러로, 29달러짜리 인형은 35달러로 각각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장난감 업체들이 비용상승을 이유로 생산기지를 이전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르네 컨설턴트는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공장을 옮긴다 해도 현재 물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느 국가에서 만들어졌는지와 상관 없이 해상을 통한 배송 자체가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난감에 대한 수요는 견조하다는 진단이다. 리서치회사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난감 업체들의 미국 내 매출은 16% 성장했다. 학교가 문을 닫고 외출이 줄어들면서 수요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이를 돌보기 위한 휴가를 얻지 못한 부모의 경우 직접 돌봐주지 못하는 대신 장난감을 손에 쥐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골드너 해즈브로 CEO는 “비용 일부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해 제품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수요는 앞으로도 급격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