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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에 빠진 모범생들…다시 한 번, 소리 질러!

장병호 기자I 2024.01.14 18:50:00

뮤지컬 '스쿨 오브 락' 5년 만에 韓 공연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품
록·클래식·팝·오페라 다채롭게 선보여
아역 배우 평균 12.5세…라이브로 연주
록 콘서트 같은 공연, 유쾌함·흥겨움 가득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그럼 세상에서 제일 열 받는 게 뭐지? 학원 뺑뺑이! 맞아! 부모님이 너무 시켜? 권력자에 맞서라(Stick it to the man).”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중 넘버 ‘권력자에게 맞서라’(Stick It to the Man)의 한 장면. (사진=에스앤코)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1막 후반부를 장식하는 넘버 ‘권력자에 맞서라’(Stick It to the Man)가 등장하자 극장 안의 열기도 한층 더 뜨거워졌다. ‘록 마니아’ 듀이가 아이들과 함께 록의 정신을 알려주는 장면. 기타리스트 잭 역의 아역배우 헨리 웹(12)이 능수능란하게 기타를 연주하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무대도 객석도 ‘록’으로 하나가 됐다.

◇웨버, 7년 노력 끝에 영화 각색권 확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중 넘버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의 한 장면. (사진=에스앤코)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이 5년 만에 월드투어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2004년 발표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이다. 할리우드 스타 잭 블랙이 주연을 맡아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영화다. 얼떨결에 명문학교 대리 교사가 된 주인공 듀이가 아이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잘 알려진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76)가 직접 제작하고 작곡까지 맡아 화제가 됐다. 웨버는 아이들의 권유로 영화를 접한 뒤 ‘학교’와 ‘록’이라는 요소에 매료됐고, 아내 마들렌 로이드 웨버와 함께 2006년부터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접촉하기 시작했다. 7년의 노력 끝에 영화의 뮤지컬 각색권을 확보했다. 그만큼 웨버가 애정을 갖고 만든 작품이다.

뮤지컬 거장의 작품답게 록, 클래식, 팝, 오페라 등 다채로운 음악이 귀를 즐겁게 만든다. 잭 블랙이 직접 부른 노래 ‘스쿨 오브 락’ 등 원작 영화에 등장한 3곡을 활용하고, 웨버가 직접 작곡한 14곡을 추가했다. 극 중 밴드 매니저를 맡는 학생 써머가 ‘캣츠’의 대표 넘버 ‘메모리’를 부르자 듀이가 “누가 이런 곡을 작곡했냐”고 화를 내는 코믹한 장면도 등장한다. 존 릭비 뮤직 수퍼바이저는 “웨버는 초기작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보여주듯 열정적인 록 음악가이기도 했다”라며 “‘스쿨 오브 락’은 웨버가 자신의 뿌리로 돌아간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중 넘버 ‘너도 이제 밴드야’(You‘re in the Band)의 한 장면. (사진=에스앤코)
무엇보다도 ‘스쿨 오브 락’의 볼거리는 아역 배우들이다. 원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직접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악기를 연주하며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번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에 참여하는 아역 배우들은 영국 프로덕션에서 엄격한 오디션으로 선발한 17명의 아이들로 구성됐다. 평균 나이 12.5세인 아이들은 5~6세 때부터 악기를 배웠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이번 공연 기간 내내 아역 배우들은 영국의 엄격한 가이드 아래 공연과 학업을 병행하며 한국에서 머문다. 크리스토퍼 키 협력 연출은 “우리는 아역 배우(영 캐스트)를 ‘아이들’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성인 배우들과 똑같은 비중으로 공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이들은 허락만 한다면 12시간 넘게 연습할 정도로 열정적이어서 쉬는 시간을 위해 무대에서 내려오게 하는 게 힘들 정도다”라고 전했다.

◇영화보다 아이들과 가족들 이야기에 더 비중

뮤지컬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에서 주인공 듀이 역을 맡은 배우 코너 글룰리. (사진=에스앤코)
주인공 듀이가 중심이었던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아이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장벽’을 세운 어른들은 록 음악으로 새로운 재능과 꿈을 찾은 아이들을 보며 벽을 허물고 진짜 ‘대화’에 나선다. 극 전개가 다소 헐거운 부분도 없진 않지만, 뮤지컬에서 기대할 유쾌함과 흥겨움으로 이를 채웠다는 점에서 온 세대가 함께 즐길만한 작품이다.

듀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5년 전 첫 내한공연에 참여했던 배우 코너 글룰리가 이번에도 듀이 역으로 한국 관객과 재회한다. 글룰리는 “록도 K팝도 똑같은 음악”이라며 “음악은 보편적인 언어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며, 한 공간에서 라이브로 음악을 들으며 나누는 교감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커튼콜은 사진,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공연은 오는 3월 24일까지 이어진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을 보기 위해선 단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먼저 손을 위로 들고요. 그 다음은 ‘소리 질러!’” (코너 글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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