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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거버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실험실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면서 “코로나19 대유행 전후 실험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가 모두 확보돼야 이(우한 실험실 유출설)를 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코로나19 발생 원인 조사를 위해 우한을 방문했던 WHO 국제 전문가 팀이 우한 실험실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데이터’(raw data·원자료)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우한에 있는 중국 정부 실험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출됐을지 모른다는 의견을 배제하려는 압력이 일찍부터 있었다고 덧붙였다.
거버러여수스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은 WHO가 지난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내린 결론을 사실상 뒤집는 것이다. 앞서 WHO는 현장 보고서를 통해 박쥐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를 거쳐 사람으로 전파됐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한 실험실 기원설’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자료 접근을 제한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실험실 기원설이 미국에서 다시 고개를 들자 WHO측은 기존 공식 입장을 철회하고 우한 실험실 조사를 심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거버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세계는 코로나19로 숨진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고, 같은 위기가 재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WHO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2단계 조사를 진전시키기 위해 대유행 초기 정보와 관련해 중국이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거버러여수스 사무총장과 만난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 역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라며 “중국이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요구하는 과학자 단체를 이끌고 있는 제이미 메츨은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의 언급을 환영한다”면서도 “WHO 차원을 넘어 전문가가 주도하는 조사에 대한 계획이 현재 없다는 건 매우 불행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편,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2단계 조사에 대해 곧 194개 회원국에 브리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