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로봇의 ‘손끝 감각’을 구현하는 촉각 기술이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봇이 물체를 인식하고 움직이는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려면 접촉과 압력, 힘 조절 능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촉각센서 개발뿐 아니라 사람의 작업 경험을 로봇 학습용 데이터로 전환하는 사업까지 등장하면서 로봇산업의 가치사슬이 확대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수행해야 하는 작업은 단순한 이동이나 물체 인식에 그치지 않는다.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집고 옮기는 과정만 해도 물체의 무게와 재질, 포장 형태에 따라 적절한 힘을 가해야 한다. 물건을 지나치게 강하게 잡으면 손상될 수 있고, 반대로 힘이 부족하면 미끄러지거나 떨어뜨릴 수 있다. 이처럼 접촉 상태를 파악하고 힘을 조절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촉각이다.
글로벌 기술기업들도 촉각 기술과 관련 학습데이터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메타는 촉각 연구를 통해 시각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힘과 미끄러짐 등에 관한 실제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하기 어렵다는 점도 로봇 학습 확대의 과제로 제시했다.
엔비디아 역시 지난 21일 로봇 개발 플랫폼 확장 계획을 발표하며 촉각 센싱 기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참조 플랫폼과 인간의 활동·손 추적 정보를 담은 데이터셋을 소개했다. 로봇의 감각을 구현하는 하드웨어와 이를 학습시키는 데이터가 함께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흐름은 로봇산업의 성장 기회가 완성품 제조사를 넘어 관련 부품과 데이터 공급업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촉각 기술은 로봇에 탑재되는 센서뿐 아니라 사람이 실제 작업에서 사용하는 힘 조절 경험을 학습자료로 전환하는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촉각센서가 로봇이 물체와 접촉할 때 발생하는 압력과 힘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면, 촉각 학습데이터는 사람이 물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어떤 힘을 가하는지 로봇이 학습하는 데 활용된다. 로봇이 다양한 작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에서 수집한 접촉 정보와 작업 경험을 학습자료로 확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서는 유니켐(011330)이 관련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패션용 소재사업을 영위해온 유니켐은 미국 유연전자 기업 루미아 테크놀로지스(Loomia Technologies) 지분 100%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로봇 촉각센서와 학습데이터 사업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루미아는 유연 전자회로 레이어(LEL)와 압력 센서(FSR) 기술을 활용해 로봇의 손과 표면에 적용할 수 있는 촉각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같은 기술을 사람이 착용하는 장갑에 적용하면 물건을 잡고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접촉과 힘 조절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유니켐은 이를 바탕으로 촉각센서 공급과 학습데이터 사업화를 두 축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로봇 제조사와 개발사에 촉각센서를 공급하는 동시에 실제 작업자의 손동작과 압력 정보를 로봇 학습용 데이터로 전환해 제공하는 사업모델이다.
학습데이터 사업의 출발점으로는 국내 물류 현장을 고려하고 있다. 작업자가 무게와 재질, 포장 형태가 다른 물건을 다룰 때 손의 압력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글로벌 휴머노이드 제조사와 로봇 개발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 현장에서 축적된 사람의 작업 경험을 로봇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사업화를 위한 기술 검증도 진행 중이다. 루미아는 최근 물류 작업자의 손동작과 압력 정보를 수집하는 스마트 장갑의 핵심 센서 설계를 완료하고 성능 평가에 착수했다. 산업 현장의 장시간 작업 환경을 고려해 측정값의 안정성과 센서 내구성, 손가락처럼 굴곡이 큰 부위에서의 성능 등을 점검하고 있다.
앞서 루미아는 독일 산업자동화 기업 훼스토(Festo)의 로봇손을 위한 촉각 센서 장갑 시제품을 개발한 바 있다. 해당 시제품은 131개 감지 지점에서 압력 데이터를 수집하는 구조로, 회사는 이러한 유연 센서 설계 경험을 물류 작업자용 스마트 장갑 개발에도 활용하고 있다.
유니켐 관계자는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접촉 압력 정보가 어떤 물건을 다루는 어느 작업 단계에서 발생했는지 연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핵심 센서 평가를 거쳐 현장 적용과 데이터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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