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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화 한 통에 사라진 퇴장 징계...FIFA, 공정성 도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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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26.07.06 07:49:46

FIFA, 레드카드 자동 출전정지 유예
美 발로건, 벨기에전 16강전 출전 가능
벨기에 “축구 윤리 흔든 결정” 반발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의 2026 북중미 월드컵 퇴장 징계가 벨기에와 16강전을 하루 앞두고 풀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판정 재검토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최국 미국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커지고 있다.

FIFA는 6일(이하 한국시간) 발로건에게 내려진 1경기 출전정지 처분의 집행을 1년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발로건은 지난 2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월드컵 32강전에서 상대 수비수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의 오른쪽 발목을 밟아 퇴장당했다. 레드카드는 원칙적으로 다음 경기 자동 출전정지로 이어진다. 하지만 FIFA 징계위원회는 규정 27조를 근거로 징계 집행을 유예했고, 발로건은 7일 열리는 벨기에전 출전이 가능해졌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16강전에서 퇴장을 당하는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 사진=AP PHOTO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16강전에서 퇴장을 당하는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 사진=AP PHOTO
발로건은 이번 대회 미국의 핵심 공격수다. 3골을 넣어 팀 내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보스니아전에서도 선제골을 터뜨려 미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미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4년 만의 8강 진출을 노린다. 벨기에전을 앞두고 발로건의 출전 가능 여부는 미국에 큰 이슈였다.

논란은 징계 완화 자체보다 그 과정에 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스니아전 이후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발로건의 레드카드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SNS에 “FIFA가 옳은 일을 했고, 큰 부당함을 바로잡았다”며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했음을 시사했다.

당연히 벨기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벨기에축구협회는 “놀라운 결정”이라며 “이번 대회와 향후 월드컵에서 모든 참가팀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고, 페어플레이의 기본 원칙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디 가르시아 벨기에 감독은 “FIFA 사무실에서 7월 5일이 유럽의 4월 1일인 줄은 몰랐다”고 비꼬았다. 만우절 농담 같은 결정이라는 뜻이다.

미국 선수들은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SNS를 통해 발로건의 출전 가능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표팀 주전 공격수 크리스천 풀리식은 “그 장면에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이번 대회에서 더 심한 장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FIFA는 이번 결정이 규정 안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규정 27조는 징계기구가 징계 집행을 전부 또는 일부 유예할 수 있고, 1년에서 4년의 보호관찰 기간을 둘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발로건이 1년 안에 비슷한 성격과 수준의 반칙을 저지를 경우 유예된 징계가 다시 집행된다. 우리 법의 집행유예와 비슷한 개념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가 FIFA 징계 판단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두고두고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FIFA는 지난해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아르헨티나의 니콜라스 오타멘디, 에콰도르의 모이세스 카이세도에게도 예선 퇴장 징계 일부를 유예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월드컵 토너먼트 도중 개최국 대통령이 결정에 개입했거나 압력을 넣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FIFA는 또 한 번 공정성 논란의 도마 위에 섰다. 판정의 독립성과 월드컵의 정치적 독립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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