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시험보다 과거 보러 가는 길이 더 험난했겠다. 화림동 계곡 동호정 앞 나무다리. | |
화림동 계곡
▲ 화림동 계곡 `동호정` | |
다리를 걷다 정자가 보이면 잠시 쉰다. 정자 앞 크고 납작한 너럭바위가 작은 들판처럼 펼쳐져 있다. 바위 이름은 얼마나 낭만적인지. ‘달이 비치는 바위 못’이란 뜻의 월연암(月淵岩)과 동호정(東湖亭) 앞엔 ‘해를 덮을 만큼 큰 바위’인 차일암(遮日岩)이 풍광을 아우른다.
바위 위 물살이 움푹 파 놓은 웅덩이들에 물이 들어차 잔잔한 얼룩무늬를 이룬 모양이 신비롭다. 이 곳에 막걸리를 쏟아 붓고, 꽃잎이나 솔잎을 띄워 바가지로 퍼 마시는 이도 있다고 한다. 진정한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분이다.
상림, 그리고 연꽃밭
▲ `상림` 옆 2000평 연꽃밭 | |
물소리에 귀가 즐거웠다면 숲 향기로 코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곳, 바로 ‘상림’(上林)이다. 신라 말, 최치원이 태수로 왔을 때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호안림(護岸林)이다. 국내 최초 ‘인공림’인 셈이다. 하지만 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선 현대식 수목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1.6㎞ 길이, 80~200m 폭의 대지에 100여종의 낙엽활엽수가 울창하게 우거진 모습은 인공 숲이면서 자연과 더 잘 어울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상림은 최치원이 ‘금으로 만든 호미’로 하루 만에 일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마을을 떠나기 전 금호미를 나무에 걸어 놓았는데, “이 호미가 발견되면 그 때 나는 세상을 떴을 것”이라 남겼다고 한다. 최치원의 말년은 발견되지 못한 금호미처럼 묘연해 언제 타계했는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숲 속 느티나무·정자나무·굴참나무·잣나무·떼죽나무·이팝나무·금낭화·꿀풀 등 수종 구경만 제대로 해도 한나절이 간다. 봄엔 이팝꽃, 가을엔 꽃무릇(석산)이 만개한 풍경이 뛰어나다. 불상·그네·운동기구·연못·약수터·인물 공원 등 곳곳에 보고 즐길 곳도 숨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 단 음식물 반입은 금지, 떨어진 도토리는 다람쥐 식량이므로 주워가서는 안 된다. 동쪽으로는 2000여 평 연꽃밭이 펼쳐진다. 흙탕물 속에서 피어난 연잎과 붉은 꽃은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군자는 조화를 이루되 동화되지 않는다)을 일깨워줬다.
※관광문의: 함양군청 문화관광과 (055)960-5555
‘蓮’ 수제비 [하늘바람]
함양의 새로운 명물,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는 ‘연(蓮)’을 이용해 수제비를 만들어 주는 집이다. 원래 이곳의 주 종목은 전통차(4000~6000원). 외관도 찻집처럼 생겼지만, 낮 12시~3시 사이엔 특별히 ‘연잎수제비 세트’(7000원·사진)를 선보인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주인아주머니가 개발한 연잎 수제비와 연잎 차, 연근조림과 연근양갱이 함께 나오는 ‘연 4종 세트’다. 다시마·멸치국물에 연근과 들깨로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연잎을 갈아 넣은 연두빛 반죽으로 수제비를 뜬다. 감자·호박·버섯이 들어간 ‘보양식’으로 고소하고 맛이 깊어 스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저녁엔 1시간 미리 전화주문을 해야 한다. 현미로 뽑은 가래떡과 녹차를 섞은 떡으로 만든 떡볶이(1만원)도 군것질 거리. ‘상림’ 주차장 맞은편. (055)962-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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