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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은 A가 조합설립인가 신청일까지 조합원 자격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그 이후에 납부한 분담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피고(조합)에게 분담금 반환을 명했다. 또한, 계약금 몰취 조항(손해배상예정)은 조합원 자격 상실에 원고의 과실이 없다는 이유로 적용을 배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조합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조합가입계약 자체가 당연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이후에 납부 의무가 발생하는 분담금은 면제되지만, 그 이전에 납부 의무가 발생한 분담금(이 사건의 1차 계약금)은 납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본 판결의 핵심 쟁점은 지역주택조합 가입 시 조합원 자격 요건을 미충족한 상태에서 체결한 가입계약의 효력과 조합원 자격 미충족 시 분담금 납부 의무의 범위이다.
대법원은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 자격에 관한 주택법령 규정이 ‘효력규정’이 아닌 ‘단속규정’이라고 판단했다. 효력규정을 위반한 법률행위는 무효가 되지만, 단속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행위자에 대한 제재가 따를 뿐 법률행위 자체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 따라서 조합원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체결된 조합가입계약이라도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대법원은 조합원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자는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이후에는 분담금 납부 의무를 면하지만, 그 이전에 납부 의무가 발생한 분담금은 납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성, 즉 사업 진행 단계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의 형평성을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존 판례 확인 및 구체화, 분쟁해결 기준 제시, 조합가입 계약의 안정성 확보라는 의의가 있다. 먼저 조합원 자격 관련 규정이 ‘효력규정’이 아니라는 기존 판례(대법원 98다17954 등)를 재확인하고, 조합원 자격 미비 시 분담금 납부 의무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다음으로 조합원 자격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분담금 반환 기준과 관련해 ‘조합설립인가 신청일’이라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유사 분쟁 해결에 실질적인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조합원 자격 요건 미비만으로 조합가입계약이 쉽게 무효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조합 가입 계약의 안정성을 제고했다.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조합원 자격 요건을 사전에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본 판결이 지역주택조합 관련 분쟁을 예방하고, 건전한 주택 공급 질서 확립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