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보낼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주부 이영숙(가명·34) 씨는 지난 2일 한 홈쇼핑업체가 판매한 ‘워터파크 이용권’을 구입했다. 10만원대 초반 가격에 3명이 하루종일 워터파크를 이용할 수 있고, 1일 무료 숙박권까지 덤으로 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튿날 이 씨는 구입을 취소했다. 예약을 하려고 보니 성수기인 7월 중순부터 8월말까지는 숙박권을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우롱당한 느낌”이라고 했다.
휴가철 얄팍한 상술에 소비자들의 가슴이 멍들고 있다. 문제가 된 상품은 롯데홈쇼핑이 지난 2일과 3일 판매한 ‘대명 오션월드 워터파크 이용권’이다. 강원도 홍천의 오션월드와 경상남도 거제 오션베이를 둘다 이용할 수 있고 1박에 12만9000원인 주중 숙박권도 공짜로 준다. 롯데홈쇼핑이 이 같은 조건을 내세우자 첫날 방송에선 1만2000건, 둘째날 방송에선 8000건 등 약 2만건의 주문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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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숙박권은 성수기인 7월19일부터 8월24일까지는 사용할 수 없다. 성수기가 지나도 금요일이나 토요일, 휴일 전날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기간에는 숙박이 불가능하다. 롯데홈쇼핑은 방송 중간중간 화면 하단 자막에 작은 글씨로 이 같은 내용을 노출했다. 하지만 이를 눈여겨본 소비자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쇼호스트는 방송이 시작된지 1시간이 흐른 뒤에야 “숙박권 이용에 대한 문의가 많아 알려드리겠다”며 여름 성수기 숙박은 안되고, 워터파크 이용권도 성수기에는 추가요금을 내야한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방송 초만 해도 워터파크 이용권과 숙박권을 함께 이용하면 좋다고 했던 쇼호스트는 그사이 “워터파크 종일 이용권은 여름에 즐기고 무료숙박권은 가을과 겨울에 따로 사용해도 괜찮다”며 은근슬쩍 말을 바꿨다.
성수기 숙박이 안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소비자들은 롯데홈쇼핑 홈페이지에 불만글을 올렸다. 한 소비자는 “쇼호스트와 상담원 설명이 부실했고 성수기 숙박불가란 사실도 사이트에 들어와 직접 보고 알았다”며 “상품을 팔 땐 설명을 제대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현재 이 상품의 구매취소율은 11~13%에 이른다. 방송 뒤 하루이틀간 취소율로는 작지 않은 수치라는 게 홈쇼핑업계의 시각이다.
이데일리의 취재가 시작된 후 롯데홈쇼핑은 이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이형식 롯데홈쇼핑 대외협력팀장은 “방송을 통해 예상보다 많이 판매되면서 협력사가 판매 중지을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이 해당 내용에 대한 안내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꼈다면 개선하겠다”며 “다만 기만적이고 고의적으로 사용가능기간 등을 노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롯데홈쇼핑에 권고조치를 내렸다. 권고는 행정지도성 조치다. 양귀미 방송광고심의팀장은 “중요사항에 대한 고지가 미흡해 주의하라는 의미”라며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