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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이 6개월 만에 SF영화 완성”… 설우인 감독이 연 AI 신세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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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백 기자I 2026.10.31 10: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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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10억 미만으로 90분 SF 장편 완성
AI 영상 1만3000개 생성·연결해 영화 제작
“기술 발전할수록 창작자의 이야기 중요”
AI 배우 스타 육성·내년 후속편 제작 추진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결국 중요한 건 이야기입니다. 창작자가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 장편 영화 '스틸레이'를 연출한 설우인 감독.
AI 장편 영화 '스틸레이'를 연출한 설우인 감독.
배우도, 대규모 촬영장도 없었다. 10명 남짓한 제작진이 약 6개월 동안 AI로 1만 3000개에 달하는 영상을 생성해 90분짜리 SF 액션영화를 완성했다. 제작비는 10억 원 미만. 수십억~수백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기존 SF영화와 달리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장편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지난 21일 개봉한 AI 장편 영화 ‘스틸레이’를 연출한 설우인 감독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낮은 제작비로 상상력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AI 영화의 매력”이라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틸레이’는 자율 판단 능력을 갖춘 AI 로봇 에이라가 인류를 위협하자, 실종된 아버지를 찾던 청년 윤강이 전투 슈트를 입고 맞서는 이야기다. 상영관 열세에도 30일까지 53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에서 개봉한 AI 장편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아이언맨’과 같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설 감독과 제작진은 기존 제작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대규모 액션과 미래 세계를 AI로 시각화했다.

AI 장편 영화 '스틸레이' 스틸컷.(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아이노스튜디오)
AI 장편 영화 '스틸레이' 스틸컷.(사진=라온컴퍼니플러스·아이노스튜디오)
배우 없이 1만3000개 영상 제작…“감정의 여운까지 고민”

제작 방식은 기존 영화와 완전히 달랐다. 제작진은 AI로 인물과 배경 이미지를 만든 뒤 이를 짧은 영상으로 변환했다. 약 15초 분량의 영상 1만 3000개를 생성하고, 필요한 장면을 선별해 연결하는 과정을 거쳤다. AI 툴은 시댄스, 크링, 힉스필드, 베오, 호미AI, 수노 등을 활용했다.

설 감독은 “앞 장면에서 주먹을 내지르면 다음 장면에서도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며 “컷마다 인물의 생김새와 동작, 공간의 연속성을 꼼꼼하게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I가 생성한 장면을 영화의 문법에 맞게 다듬는 일도 중요했다. 대사가 끝난 뒤 배우가 잠시 숨을 고르거나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순간까지 구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설 감독은 “당시 기술로는 대사가 끝나는 순간 영상도 함께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짧은 순간이라도 감정의 여운을 살리기 위해 여러 방법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AI 장편 영화 '스틸레이'를 연출한 설우인 감독.
AI 장편 영화 '스틸레이'를 연출한 설우인 감독.
목소리에는 사람의 연기를 더했다. 설 감독과 제작진이 직접 후시녹음(ADR)에 참여해 AI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AI가 만든 얼굴과 움직임에 실제 사람의 호흡과 감정 표현을 결합한 셈이다.

설 감독은 “AI 배우의 입 모양과 감정에 맞춰 목소리를 입히는 작업은 기존 연기와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며 “앞으로 AI 배우의 목소리를 전문적으로 연기하는 새로운 분야가 생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제작비 절감도 눈에 띄는 성과다. 10억 원 미만의 예산으로 AI 영상 생성부터 후시녹음, 색보정 등 후반작업까지 완성했다. 여러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해 인물과 배경을 구현하고, 장면별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제작 공정을 구축한 덕분이다.

설 감독은 향후 기술 발전과 작업 효율화가 이뤄지면 3~4명의 핵심 인력으로도 장편영화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면 대규모 투자를 받기 어려웠던 창작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다.

AI 배우도 스타로 키운다…후속편 제작 추진

제작진의 도전은 영화 한 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 속 주인공 윤강을 독립적인 AI 배우이자 지식재산권(IP)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설 감독은 “관객들에게 윤강은 아직 무명 배우와 다름없다”며 “꾸준히 모습을 보여주고 친숙하게 만든다면 후속작에서는 반가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영화 '스틸레이' 팀리더 강태경, 설우인 감독, 함슬기 아이노스튜디오 대표.
왼쪽부터 영화 '스틸레이' 팀리더 강태경, 설우인 감독, 함슬기 아이노스튜디오 대표.
공동제작사 아이노스튜디오의 함슬기 대표 역시 윤강을 다른 작품에 출연시키거나 실사 영상과 AI를 결합하는 등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캐릭터가 하나의 작품을 넘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배우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제작진은 특정 연예인의 외모를 참고하기보다 눈매와 헤어스타일 등 세부 특징을 조합하고, 여러 차례 수정하며 캐릭터를 완성했다. 장면마다 같은 인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외형적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개봉 이후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도 새로운 작품을 위한 자산이 됐다. 설 감독은 “기대감을 보여주는 관객들도 있었고 기술적인 아쉬움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며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 감독은 현재 후속편 ‘스틸레이2’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공개를 목표로 시나리오 작업과 제작 일정을 검토 중이다. 설 감독은 첫 작품을 만든 이후에도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만큼 후속편에서는 한층 자연스러운 인물 표현과 정교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끝으로 설 감독은 AI 기술의 발전이 결국 창작자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한계는 계속 줄어들 겁니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이야기를 바라보는 창작자의 시선과 경험이겠죠. 배우든 감독이든 한 가지 이름에 얽매이기보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자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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