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67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영국 지방정부 연기금은 총 3900억파운드(약 694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위험자산 투자를 극도로 기피해 온 이들은 ‘자국 기업 육성’과는 동떨어진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영국 연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은 지난 10년간 46%에서 20%대로 떨어졌는데, 그 중 자국 투자 비중은 한 자리 수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는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일부 국가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자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에 중점을 둔 연금 개혁에 나서자 자본시장에서는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간은 소규모 개별 펀드로 투자 분야가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하나로 통합된 프레임워크 안에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이를 통해 인프라와 사모펀드, 벤처캐피털 등으로 투자 범위를 유연하게 확대할 뿐 아니라, 자국 투자 비중 확대로 영국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영국 사모펀드·벤처캐피털협회(BVCA)는 성명을 내고 “지방 정부 연금 제도에서 더 크고 효과적인 대통합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영국 정부의 연기금 통합은 영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연금 저축자에겐 더 높은 성장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강력한 수익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금 운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안건이 확정될 시 이를 곧바로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지난 정권을 의식한 주장으로, 앞서 전임 보수당 정부는 소규모의 일부 지방 연기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명확한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이행하면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BVCA는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이를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이 이번 연금개혁의 핵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금 대통합으로 자국 신생 기업을 지원하고, 지역 경제 성장을 위한 프로젝트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장치 또한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메가펀드가 탄생하면 소규모의 전문 자산 관리자보다 대형 자산 관리자에게 유리한 구조가 되기 쉽다”며 “대체로 펀드 규모가 커지면 초기 투자를 목표로 하는 소규모 펀드나 특정 산업을 타겟팅하는 전문 펀드는 배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