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시대, 대한민국엔 기회…긴 호흡으로 투자해야”[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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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엽 기자I 2026.03.02 14:49:16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부사장 인터뷰
“군비·AI·에너지·화폐 경쟁이 만든 장기 수요를 봐야”
한국 제조업, ‘지정학적 프리미엄’으로 재평가 가능성
‘금융의 역수출’ 강조…한국 산업 ETF 해외 상장 추진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주식 투자를) 고민하거나,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마십시오.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코스피가 단기간에 5000선을 넘어 6000선까지 치솟자 시장 일각에선 ‘과열’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급등한 주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지만,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부사장(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메시지는 ‘가격’ 너머를 보라는 쪽에 가깝다. 단기 등락을 맞히려 하기보다, 세계 질서를 바꾸는 큰 흐름을 먼저 읽고 그 위에서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부사장 (사진=한화자산운용)
최 부사장이 말하는 ‘다른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근로소득으로 모은 자산은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변화 속에서 실질 가치가 쉽게 훼손된다. 투자로 방어하지 못하면 자산을 지키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투자 논쟁의 출발점을 ‘가격’이 아니라 ‘세계관’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규정하는 현재는 ‘신냉전’의 초입이다. 자유무역과 완전경쟁을 전제로 굴러가던 질서가 아니라, 진영이 갈리고 공급망이 재편되는 ‘블록화’ 국면이라는 진단이다. 최 부사장은 “과거 냉전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일수록 전쟁·블록화의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자유무역 시대의 렌즈로 지금을 재단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점은 그의 이력과도 겹친다. 한화투자증권 상하이사무소장, 한화그룹 중국전략담당 등을 거치며 중국에서 10년 넘게 근무했고, 국내로 돌아온 이후에도 중국 자본시장 연구와 외교·안보 스터디를 이어왔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긴장 고착화를 ‘뉴 노멀을 촉발한 트리거’로 봤다.

신냉전이 만든 4대 경쟁: 군비·기술·에너지·화폐

최 부사장은 이 거대한 충돌이 ‘투자 기회’로 이어지는 경로를 네 갈래로 정리했다.

첫째는 군비 경쟁이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유럽이 방산 공장을 줄이며 생산능력을 축소했는데, 전쟁과 긴장 고착화로 재무장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틈을 ‘거북이의 역전’이라 부르며, 생산 역량을 꾸준히 유지해 온 한국이 가격보다 납기·생산능력 경쟁에서 유리해졌다고 봤다.

둘째는 기술 경쟁, 특히 인공지능(AI) 레이스다. 막대한 자본과 설비 투자가 투입되는 전면전에선 멈추는 순간 도태된다는 것이다. 오픈AI, 메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가 총력전에 나서는 이유도 결국 “지면 끝”이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그만큼 이 싸움에선 성과와 변동성이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셋째는 에너지 경쟁이다. 그는 데이터센터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고, 발전·송전·저장 전 과정에 자원이 투입되며 이 생태계는 중간에 멈추기 어렵다고 봤다. 인터넷 보급기처럼 위성 통신망까지 포함한 인프라 투자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돈과 자원이 계속 필요해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넷째는 화폐 경쟁이다. 달러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의 전략과 위안화 국제화를 밀어붙이는 중국의 전략이 디지털 금융 인프라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결제 인프라는 단순한 금융 신상품이 아니라, 지정학적 경쟁에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 프리미엄을 주가로: 환율·자금 흐름의 숙제

최 부사장은 한국 증시도 ‘구조’로 봐야 한다고 했다. 미·중 경쟁이 만들어내는 기회의 핵심은 한국 제조업의 전략적 가치라는 주장이다. 반도체·배터리·에너지·방산·조선 등 전략 산업에서 자유 진영이 의존할 수 있는 공급자는 제한돼 있는 만큼, 한국의 제조 역량은 단순한 수출 실적을 넘어 ‘지정학적 프리미엄’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런 재평가가 주가로 이어지려면 환율과 자금 흐름이라는 ‘돈의 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무역수지 개선만으로는 원화 강세를 담보하기 어렵고, 해외투자 확대와 현지 생산 투자로 달러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한국 자산으로 달러가 다시 유입되는 통로를 키우는 것이 주가 재평가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가 제시한 해법은 ‘금융의 역수출’이다.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 국내 투자로 연결되는 통로를 키우고, 한국이 ‘한국 주식만 거래되는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이 들어와 사고팔 수 있는 시장으로 체질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외 자금이 한국 자산을 매수하는 흐름이 만들어지면 밸류업은 물론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 그는 한국 산업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해외에 상장해 글로벌 자금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중동·홍콩 등 주요 금융 허브로 확장해 ‘한국의 대표 산업’을 알리고, 무역이 아니라 금융산업 차원에서 달러를 벌어오는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해외 상장을 ‘금융 역수출’의 실행 수단으로 제시했다.

“전체적 흐름 읽고 긴 호흡으로 자산 투자해야”

마지막으로 그는 ‘구조 변화’의 관점에서 코스피 과열 논쟁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냉전 시대엔 ‘내 편’의 제품을 비싸도 사는 현실이 있었고, 블록화가 그 논리를 다시 불러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도체와 방산이 전략 자산으로 ‘무기’처럼 취급되는 시대라면, 단순한 수요·공급 교과서만으로 가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최 부사장은 “이런 이야기가 무조건적 낙관을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단기 변동성과 조정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확신의 근거는 단기 재료가 아니라 군비·기술·에너지·화폐 경쟁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수요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을 맞히려 하기보다 흐름을 읽고 긴 호흡으로 가져가야 자산을 지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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