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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금리 인하 서두를 필요 없다”
연준은 28~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기존 4.25~4.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9월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시작한 이후 세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결정한 연준은 이번에 처음으로 동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현 경기 상황에 대해 “최근 지표에 따르면 경제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업률은 최근 몇달간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됐고, 고용시장은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somewhat elevated)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가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꾸준히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더 오랫동안 정책적 인내를 유지할 수 있다”며 “우리는 정책기조를 서둘러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3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연속적인 수치”를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증거가 명확해지지 않는다면 금리를 재차 동결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준에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렇게(코멘트)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한 적도 없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FOMC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연준이 인플레이션으로 만든 문제를 막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3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올려 잡았다. 우리 시간으로 오전 10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 참가자들이 보는 3월 정책금리 동결 가능성은 77%로, 한달 전(50%)과 1주일 전(75.2%)에 비해 높아졌다. 25bp(1bp=0.01%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23%로, 한달 전(45.3%)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잠시 멈춘 한은, 2월에 금리인하 재개할까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 금리 역전폭은 150bp를 유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미국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정책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2022년 7월 미국의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진 이후 2년 반 동안 금리 역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폭은 최대 200bp까지 벌어졌다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면서 한은에는 다소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보다 빠르게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역전폭이 커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3일 우리나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2.0%(속보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이후 경제 심리 냉각으로 소비와 건설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지난해 11월 전망치(2.2%)를 밑돌았으며, 지난 20일 발표한 경기상황평가에서 제시한 전망치인 2.0~2.1%의 하단에 간신히 걸쳤다. 여기에 작년 4분기 전기대비 성장률이 0.1%를 기록하면서 2개 분기 연속 0.1%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 하강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한은이 다음달 수정경제전망을 제시하면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이달 금통위에선 1400원대 후반에서 등락하는 환율과 미 신정부 정책 변화 등의 대외 요인을 고려해 금리 인하를 잠시 멈췄지만, 수출 부진과 내수 위축이 우려되는 국내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다음달엔 인하를 재개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금통위원들이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반면, 다음달 인하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트럼프 2기 정책 리스크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금리 인하 여력을 고려했을 때 한은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금통위원들의 3개월 내 금리전망 기간에는 4월 금통위까지 포함된다”며 “현재 국내외 상황과 통화정책의 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