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인권단체 "미얀마 범죄조직에 외국인 6000여명 억류"

김성수 기자I 2025.01.11 16:30:12

"중국인 약 3900명 비롯 21개국 출신 6000여명"
"강제로 범죄 가담 요구…거부시 구타·전기 고문"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중국 배우가 태국에서 납치됐다가 미얀마에서 구출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외국인 6000여명이 인신매매 등으로 미얀마에 억류돼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태국 신문 네이션에 따르면 인권단체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시민사회연대’(이하 시민사회연대)는 미얀마에 있는 한 범죄 조직에 중국인 약 3900명을 비롯해 21개국 출신 6000여명이 잡혀있다고 밝혔다.

태국에서 온라인 범죄 조직에 납치된 왕싱 사진 (사진=왕싱 웨이보, 태국 매솟 경찰서)
시민사회연대는 “피해자들이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하고 있다”며 “범죄 조직이 가족들에게 연락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전날 필리핀, 라오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9개국 대표와 함께 태국 국가인권위원회(NHRC)에 공개서한을 보내 미얀마에 잡혀있는 인신매매 피해자 구출을 위한 긴급 개입을 촉구했다.

많은 피해자들이 돈을 많이 주는 일자리를 제공받는다는 거짓 약속에 속아 태국으로 유인된 다음 인신매매를 당해 미얀마에 끌려가게 된다는 게 이 단체의 설명이다.

미얀마에서는 온라인 사기 범죄 등을 저지르는 조직에 감금돼 고문당하거나 강제로 범죄에 가담해야 한다는 피해자들 증언이 나온다.

한 라오스 출신 피해자는 시민사회연대에 “범죄 조직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구타와 전기 고문을 당한다”며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미얀마에 감금된지 3개월 만에 탈출했다는 방글라데시 출신 피해자는 “중국인 조직원들은 우리가 죽든 살든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대부분 물만 먹고 살아남는 비인간적 환경에서 매일 17∼18시간씩 일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전했다.

시민사회연대는 태국과 미얀마 국경 지대인 태국 북서부의 ‘딱주 매솟’이 미얀마에 근거지를 둔 범죄 조직으로 피해자를 보내는 경유지라고 지목했다.

지난 4일 태국에서 납치됐다가 사흘 만에 구출된 중국 배우 왕싱도 매솟을 거쳐 미얀마 미야와디로 끌려갔다.

당시 왕싱은 드라마 배역을 준다는 캐스팅 계약으로 접근한 중국인 범죄 조직원들에게 속아 태국에 입국했다가 납치됐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왕싱 납치 사건 이후 중국 20대 모델 양쩌치도 태국·미얀마 국경에서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유사한 피해 의심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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