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치솟는 HMM…재매각 계획 꼬인 산은

김국배 기자I 2025.01.05 17:46:42

해상 운임 고공행진에 고환율까지
적년 영업익 3.2조 돌파 호실적
탄핵정국까지 인수후보 찾기 난항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작년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HMM이 연간 실적에서도 호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HMM의 실적이 좋아질수록 재매각을 추진하는 산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HMM의 영업이익은 3조 2195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전년보다 450%나 증가한 수치다. 매출도 11조 3429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067억원으로 집계됐다. HMM은 지난해 3분기 1조 46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코로나19 특수가 있던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었다.

HMM의 호실적은 해상 운임이 오른 영향이 크다. ‘친 이란 성향’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자 이로 생긴 물류난으로 해상 운임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상계엄 여파 등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도 호재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해운 운임은 달러로 정산한다.

문제는 HMM을 재매각하려는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다. 가뜩이나 인수 후보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HMM의 몸값이 오를수록 인수 후보군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HMM의 주가는 1만 7660원으로 전일 대비 130원 오른 채 마감했다. 최근 주가 강세로 시가총액은 15조 6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오는 4월이면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잔여 영구채도 모두 주식으로 전환돼 지분율이 72%까지 올라간다. 보유 지분으로 단순 계산하면 몸값이 10조원을 훌쩍 넘는다. 작년 2월 매각 협상 결렬 당시 우선 인수협상자였던 하림그룹의 인수 희망가격은 6조 4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금융업계에선 탄핵 정국까지 겹쳐 현 정부가 HMM 매각을 재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임기도 오는 6월 끝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10대 그룹이 아니면 인수가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라며 “재매각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쌓인 컨테이너 모습.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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