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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에서 '수면 솔루션 업체'로 도약한다" 서강호 이브자리 대표

박경훈 기자I 2017.05.21 15:43:25

이브자리, 침구 시장 정체 여파 겪는중
'12년 서강호 대표 취임 후 '수면 산업'으로 체질 개선 중
슬립앤슬립, 타퍼 등 새로운 수요 창출 노력
매장 리모델링 고민 "함께 성장한 대리점, 무리하게 할 순 없어"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침구시장 정체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 데 업계 전체를 봐도 제대로 대응을 못했죠.”

21일 서울 동대문구 이브자리 본사에서 만난 서강호(67) 대표는 최근 침구 업계를 이렇게 평가했다. 1976년 설립한 이브자리는 현재 전국 500여개 매장을 보유한 국내 대표 침구 브랜드다. 서 대표는 삼성물산(028260) 이사와 한솔로지스틱스(009180) 대표를 거쳐 2012년 이브자리의 첫 전문경영인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브자리의 고민은 ‘신성장 동력’이다. 이브자리(슬립앤슬립 포함)는 2015년 매출액은 1426억원을 찍었지만 지난해는 약간 내려간 매출 1361억원을 기록하는 등 새로운 수요 창출이 필요한 시점에 접어들었다. 이를 위해 이브자리는 단순 침구 업체에서 수면 솔루션 업체로 변신 중이다.

◇서 대표 “침구업에서 수면업으로 발전 필요”

서 대표가 이브자리로 오게 된 것은 창업자인 고춘홍(67) 이브자리 회장과의 남다른 연 때문이다. 서 대표와 고 회장은 둘 다 ‘마라톤’이 취미다. 운동을 하던 중 서로를 알게 되었고 ROTC(학군단) 출신이라는 것까지 연이 돼 한 층 더 깊은 사이가 됐다. 2010년 초 이브자리는 성장의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고 회장은 서 대표를 영입해 이브자리의 미래를 맡긴다.

서 대표는 취임 후 침구 업계 자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단순 이불회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을 가보니 단순 침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수면 산업’으로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수면 산업은 쉽게 풀어 ‘생애 주기별 침구 선택’을 뜻한다. 일본의 경우 잠과 치매 간 상관관계까지 연구 중이라는 게 서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우선 우리 침구 업계를 다시 생각했다. 서 대표는 “그간 우리는 ‘질 좋은 잠’ 즉, 기능성 관점에만 함몰해 성장의 벽에 부딪혔다”고 반성했다. 그는 수면 산업으로 발전 가능성은 국민 소득 증가 측면에서도 높다고 자신한다. 그는 “해외 사례를 보니 국민소득 2만5000달러가 넘어가면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사례를 봤었다”고 덧붙였다.

서강호 이브자리 대표는 마라톤 마니아다. 적잖은 나이임에도 1년에 3번 ‘풀코스’를 완주한다. 최고 기록은 2006년에 올린 3시간 38분. 그는 “마라톤을 통해 집중력과 끈기, 쾌감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사진=이브자리)
◇슬립앤슬립, 타퍼 등 신수요 창출 중

2014년 첫 단추로 ‘슬립앤슬립’이라는 수면 컨설팅 서비스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에서는 ‘슬립 코디네이터’가 고객이 작성한 설문지 내용을 확인한다. 경추측정기나 체압측정기 같은 전문 도구를 사용해 개인의 체형을 과학적으로 분석 한 후 개인의 수면 타입, 체형 및 수면 습관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최적의 제품을 고객에 제안한다.

서 대표의 두 번째 야심작은 ‘타퍼’다. 올 3월 출시한 타퍼는 이불의 요처럼 바닥에 깔거나 매트리스 위에 올려 매트리스의 기능을 보완하는 제품이다. 체압 분산을 도와 누웠을 때 숙면을 돕는 것이 특징으로 그간 대중화되지 않는 제품군이었다. 그는 타퍼에 대한 반응이 남다르다고 자평했다. 서 대표는 “조인성을 모델로 해서 ‘시그너처 타퍼’를 광고 중인데 월 매출액의 10%가 이 제품에서 나온다”며 “새로운 수요 창출과 동시에 수면의 중요성이 늘고 있는 방증아니냐”고 전했다.

이브자리 모델인 조인성이 타퍼 위에 누워 수면 중이다. (사진=이브자리)
그가 다음으로 주목하는 것은 대리점 리모델링이다. 2015년 2월 기준 이브자리 대리점 368개 중 43.2%(159개)는 1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성공하는 대리점’이라는 공식은 세웠지만 최근 후발 주자들이 최신 인테리어를 탑재한 신규 매장을 빠른 속도로 늘리는 것은 위협 요소다. 서 대표는 “적잖은 프랜차이즈 업체의 ‘강제’ 인테리어로 대리점 주에게 고통을 준 것을 봤다”며 “우리 대리점은 41년을 함께 성장한 동료로 본사 차원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올해 매출 1500억원 돌파는 자신한다”며 “슬립앤슬립 모델을 정착시켜 세계로 진출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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