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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직전 ‘살까 말까’ 판단이 에이전트로 넘어간다”
임병화 교수는 AI 에이전트 결제의 가장 큰 변화로 최종 승인 주체의 이동을 꼽았다. 그는 “결제 직전 이를 실행할지 말지를 결정하던 단계가 사람이 아닌 에이전트로 넘어가는 것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라며 “누구나 거대언어모델(LLM)로 개인 에이전트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에이전트 간(A2A) 지급결제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통제다. 임 교수는 “에이전트 결제가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화 예금 같은 블록체인 기반 결제수단과 결합하면 원자적 결제(atomic settlement)까지 엄청난 속도로 이뤄진다”며 “결제 실패나 위험이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통제하고 되돌릴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섭 교수는 AI 활용을 내부 생산성용과 고객 대상 서비스용으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내부용은 부서별 AI 도입 수준 차이로 수평적 협업에서 병목이 생기는 반면, 고객 대상 서비스는 깊이 있는 금융 데이터와 폭넓은 행태 데이터를 누가 책임 있게 결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 제공자가 가치 창출에 기여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어야 지속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며 “데이터 소유권 이력을 추적하는 관리 시스템 측면에서 블록체인의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형태의 화폐 공존…“단일성·탄력성·무결성 지켜야”
류재민 팀장은 다양한 디지털 화폐가 공존하는 환경에서 돈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단일성과 탄력성, 무결성을 제시했다. 형태가 달라도 같은 가치로 믿고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하고(단일성), 필요한 순간 실제로 지급할 자금이 있어야 한다(탄력성)는 의미다.
류 팀장은 “프로젝트 한강에서는 소각·발행(burn & issue) 메커니즘을 통해 중앙은행 화폐와 시중은행 예금으로 이뤄진 현행 2계층 통화 체계를 토큰화 환경에서 그대로 재현해 단일성을 보존했다”며 “스테이블코인 등도 단일성을 유지하려면 발행 주체와 청구권, 상환 구조가 면밀히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관리도 과제로 꼽혔다. 그는 “원자적 결제를 위해 실시간 총액결제 방식으로 처리하면 차액결제보다 더 많은 유동성이 필요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 거액결제시스템은 운영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토큰화 플랫폼은 대부분 24시간 운영되는 만큼, 기존 시스템이 멈춘 시간대에 어떻게 유동성을 공급할지가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법 중 하나로는 국채 같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자산을 토큰화해 담보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토큰화국채 핵심은 ‘담보 이동성’…“국내 법적 돌파구 부족”
김필수 부부장은 해외에서 전통 금융상품 토큰화가 실험을 넘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토큰화 레포 거래가 이미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고, 영국은 내년 1분기 디지털증권 샌드박스를 통해 국채를 토큰화해 시범 발행할 예정이며, 일본도 재무성 차원의 검토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그는 토큰화의 가장 실질적인 편익으로 담보 이동성을 꼽았다. 특히 비거주자나 해외 펀드는 국내 중앙은행 일중 담보대출에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토큰화 국채를 활용해 장외에서 일중 레포를 받을 수 있다면 해외 투자자의 시간대 제약을 풀고 원화 자산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제도적 걸림돌이 적지 않다. 김 부부장은 “국채는 한은 국채등록부에 발행하도록 돼 있어 블록체인에 발행하려면 국채법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며 “금융혁신지원특별법 특례도 인허가·영업행위·감독 등에 한정돼 권리 등록이나 대항력, 결제완결성 같은 사법적 효력 조항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유럽연합(EU)처럼 금융시장 인프라(FMI) 샌드박스 제도가 있었다면 시도가 훨씬 자유로웠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만 내년 2월 시행되는 개정 전자증권법 시행령에 따라 한은 원장에 발행된 국채를 토큰화해 유통하는 방식은 가능해 일정 부분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확정≠법적 완결…인프라기관 역할 오히려 커진다”
정준혁 교수는 “분산원장에 거래가 기록되는 것과 법적으로 결제가 완결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결제가 취소나 철회될 수 없다는 점이 법적 완결성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참가자 중 한 곳이 도산 절차에 들어가는 상황을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채무자회생법 120조는 지정된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해 도산법 대신 시스템 내부 규칙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지만, 새로운 토큰화 결제시스템은 아직 지정 대상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결제 주기가 짧아질수록 인프라기관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진다고 봤다. 그는 “스마트계약으로 모든 상황을 예상해 프로그래밍하더라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은 반드시 발생한다”며 “시간이 단축될수록 사람이 재량으로 개입할 여지는 좁아지는 만큼, 금융결제원 같은 인프라기관이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에 대해서도 “한 번 지시하면 알아서 거래하는 구조에서 언제 멈춰 세울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상호운용성·공정경쟁…“오픈뱅킹처럼 공동 API 인프라 필요”
류 팀장은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을 위한 공통 기준으로 △송·수신인 신원과 지급 정보의 일관된 확인 △거래 진행 상태 확인·연결 기준 △원장 간 이동 시 권리·책임 승계 기준을 제시했다. AI 에이전트 결제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한강의 바우처 기능을 활용해 지급 한도와 사용처, 기간을 설정하고, 중요한 거래는 추가 승인을 받거나 위임 철회·거래 중단이 가능한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지난해 말 AI 에이전트가 예금토큰으로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을 자동 구매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개념검증(PoC)을 진행한 바 있다.
임 교수는 공정경쟁 이슈도 제기했다. 플랫폼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자사 상품을 우선 추천하거나 타사 상품을 배제하는 추천 알고리즘 문제, 그리고 금융사별로 제각각인 API 접근 방식의 표준화 문제다. 그는 “오픈뱅킹에서 금융결제원이 공동 API 인프라를 제공하듯, 금융회사 API를 모든 에이전트에 같은 조건으로 열어주는 인프라가 있어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운전대에 손 올리는 이유는 책임 때문”
이종섭 교수는 AI 금융을 자율주행차에 빗댔다. 그는 “사고율이 충분히 낮은 기술이 구현됐는데도 여전히 운전대에 손을 올리라고 하는 건 책임 소재가 법적으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것과 책임 있게 활용 가능한 것은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드·계좌 결제와 예금토큰, 스테이블코인을 경쟁 관계가 아닌 용도별 선택지로 봐야 한다고 했다. 소액 개인 간(P2P) 결제라면 1% 안팎의 가치 오차도 감내할 수 있어 스테이블코인으로 충분하지만, 거액 기관 거래에서는 같은 오차가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대규모 거래에서는 금융결제원이나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는 공적 기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다양한 결제수단이 용도에 맞게 발전하려면 책임 있는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표준과 법적 기반부터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류혁선 회장은 “AI 에이전트가 거래를 실행하고 다양한 디지털 지급수단이 쓰이는 환경에서는 데이터와 권한, 거래와 결제, 법적 책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그간 신뢰를 쌓아온 금융결제원의 역할과 기능이 상당히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토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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