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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시장을 끌어올렸던 이른바 ‘베선트 풋(Bessent put)’에 대한 기대가 하루 만에 약해진 것이 이날 시장의 핵심이었다. ‘베선트 풋’은 장기금리가 급등할 경우 베선트 장관과 재무부가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서 금리 상승을 억제할 것이라는 기대를 뜻한다.
‘베선트 풋’ 하루 만에 약화…30년물 다시 5.25%
미 재무부는 전날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장기채 수급을 개선하려는 조치에 30년물 금리는 약 1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급락했다.
하지만 이날 상황은 다시 뒤집혔다. 30년물 국채금리는 5bp가량 오른 5.25%, 10년물 금리는 5bp 상승한 4.70%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는 재무부가 전날 바이백 확대를 발표하기 직전 수준까지 다시 올라섰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단기적인 시장 움직임을 “잡음(noise)”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부터 예정된 장기채 바이백 규모가 회당 40억달러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큰 툴킷(big toolkit)을 갖고 있다”며 추가 대응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바이백이 장기금리 상승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하르디카 싱 펀드스트랫글로벌어드바이저스 전략가는 “‘베선트 풋’이 장기적으로 금리를 수십년 만의 고점에서 끌어내리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게 내 판단”이라며 “장기간 금리를 낮추려면 부채를 줄이는 고통스러운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애덤 필립스 EP웰스어드바이저스 투자담당 매니징디렉터도 “이것은 채권시장이 앓고 있는 병을 고칠 치료제가 아니다”며 “재무부와 행정부의 통제를 넘어서는 구조적인 힘들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효과를 내려면 “조금 더 강한 힘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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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금리 상승 배경에는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채 공급, 인플레이션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AI 투자 확대를 위한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도 미 국채와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며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울리케 호프만-부르카르디 UB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재무부의 개입이 정책당국이 최근 금리 상승 속도를 불편하게 보고 있다는 점은 보여줬지만 “금리 전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베선트 장관도 시장의 시선을 재정 문제로 돌리려 했다. 그는 “이번 주 말이나 다음 주 초 재정건전화에 더욱 초점을 맞춘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 40조달러를 넘어선 만큼 시장은 바이백보다 재정적자를 실질적으로 줄일 방안이 나올지를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정적자 확대와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차입이 금리를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미국이 40조달러의 부채를 억제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면 차입비용의 지속적인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ING는 재무부의 바이백을 “타이타닉호에서 갑판 의자를 재배치하는 것”에 비유했다.
월마트 9.2% 급락…소비 우려까지 덮쳤다
개별 종목에서는 월마트가 이날 9.2% 급락하며 2022년 5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3분기와 연간 조정 이익 전망도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국 소비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월마트 급락은 가격가중 방식인 다우지수의 낙폭을 키웠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홈디포, 아마존도 각각 2% 넘게 떨어졌다. S&P500에서는 필수소비재와 임의소비재 업종이 특히 부진했다.
반면 농기계업체 디어는 농업 부문의 회복 기대를 높이는 주문 증가 소식에 약 7% 상승했다. 암호화폐 관련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업계 친화적인 법안을 지지하면서 증시 전반의 약세와 달리 강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5% 넘게 뛰어 7만2000달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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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상승도 증시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강력한 경제적 압박을 예고하면서 평화협상 전망에 다시 불확실성이 커졌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3% 오른 배럴당 87.8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2% 넘게 올라 93.78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 여파로 유나이티드항공과 로열캐리비안 등 여행 관련주도 약세를 보였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미국이 이란과 이란의 교역 상대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계획을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유가 상승은 장기금리에도 부담이다.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여지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이 적절한 수준에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연준의 신뢰성이 위험에 처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선제적인 금리 인상 역시 시급한 문제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UBS의 호프만-부르카르디 CIO도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한다면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날 시장은 재무부가 장기금리 상승을 막을 의지가 있다는 것과 실제로 금리를 낮출 능력이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확인했다. 바이백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수급을 개선할 수 있지만 재정적자와 정부부채, 인플레이션, 기업의 대규모 자금 수요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
베선트 장관이 예고한 재정건전화 방안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다. ‘베선트 풋’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바이백이라는 시장 개입을 넘어 장기금리를 밀어올리는 재정의 펀더멘털을 바꿀 수 있느냐가 다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