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설 연휴뒤에는 생활 리듬이 쉽게 무너지는 시기다. 의료계에서는 이 시기 과식과 야식이 위식도 역류질환(GERD)을 악화시키고, 수면무호흡증 증상까지 심화시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명절 음식은 기름지고 자극적인 메뉴가 많아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여기에 평소보다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하면 위 내부 압력이 상승하고, 하부식도괄약근 기능이 일시적으로 약해지면서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기 쉬워진다.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쓰림, 신트림, 목 이물감, 만성 기침 등이다.
문제는 이러한 역류 증상이 밤에 더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식후 곧바로 눕거나 늦은 시간까지 음식 섭취가 이어질 경우, 수면 중 위산 역류가 증가해 숙면을 방해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는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과식으로 복부 압력이 높아지면 횡격막 움직임이 제한되고 상기도가 더 쉽게 좁아질 수 있다”며 “위산 역류로 인한 미세 각성이 반복되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무호흡·저호흡 사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절 이후 코골이 심화, 아침 두통, 낮 동안 졸림 악화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실제로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미국 수면의학계도 유사한 경고를 내놓고 있다. 미국수면의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는 명절이나 휴가 기간의 과식, 음주, 불규칙한 취침 시간이 수면호흡장애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학회 측 전문가들은 “늦은 시간의 고지방 식사는 위식도 역류 위험을 높이고, 이는 수면 중 각성을 증가시켜 수면무호흡증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식사 습관 조절이 핵심이다. 의료진은 △과식 피하기 △취침 3시간 전 음식 섭취 마치기 △기름진 음식·술·탄산음료 절제 △식후 바로 눕지 않기 등을 기본 수칙으로 제시한다. 역류 증상이 잦다면 상체를 약간 높여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미 수면무호흡증을 진단받은 환자는 연휴 기간에도 치료를 유지해야 한다. 양압기(CPAP) 사용 중이라면 사용을 중단하지 말고, 음주 후에도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증상이 새롭게 나타나거나 악화될 경우 수면다원검사 등 정밀 평가를 통해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진규 원장은 “명절은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기 쉬운 시기지만 작은 습관 관리만으로도 위식도 역류와 수면장애 악화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며 “연휴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면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