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악성 민원으로 인한 공무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자체와 경찰이 합동 모의 훈련을 진행한 가운데 열연을 펼친 한 공무원이 화제가 되고 있다.
2일 금천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달 17일부터 2주간 10개 동 민원실에서 ‘특이민원 대응 경찰 합동 모의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 시흥4동 주민센터에선 남성 공무원 중 한 명이 혼인신고를 하러 온 ‘악성 민원인’ 역할을 맡아 훈련이 진행됐다.
영상 속 ‘특이 민원 모의훈련’이라고 적힌 종이를 등에 붙인 남성은 주민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아가씨, 오늘 혼인 신고하러 왔어”라며 반말로 말을 건다.
담당 공무원이 혼인신고는 구청 관할 업무라 주민센터에서는 처리가 어렵다고 안내하자 남성은 “너희 일하기 싫어서 지금 떠넘기기 하는 거 아니냐”며 종이를 구겨 공무원에게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다.
이어 폭언을 이어나가던 남성은 “너희 구청장 어디 살아? ”남천동 살아? 시흥동 살아?“라며 영화 ‘범죄와의 전쟁’ 속 최민식 대사를 이용해 악성 민원인 모습을 재연했다.
담당 공무원은 절차에 따라 “자꾸 이렇게 하시면 저희가 원활한 업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영상 촬영하겠다”라고 남성에게 알린 뒤 보디캠으로 채증을 시작했다. 이후 중단해달라는 공무원의 반복 요청에도 폭언과 난동을 이어가던 남성은 결국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연행된다.
해당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민원인 역을 맡은 공무원에 대해 “오랜만에 웃었다”, “연기를 꽤 잘하신다”, “악역해도 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금천구청 시흥제4동주민센터 관계자는 “평상시에도 이런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며 “최근에는 민원인이 여직원을 폭행한 사건도 있었고, 장애인분이 지팡이를 휘두르면서 저희 직원을 폭행한 사건도 있었다”고 YTN에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일 악성 민원으로 공무원 사망 등 피해가 이어지자 민원공무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을 마련했다.
앞으로는 민원인이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을 하면 공무원이 1차 경고를 하고, 그래도 폭언이 이어질 경우 통화를 바로 종료할 수 있다.
아울러 문서로 신청된 민원과 온라인 접수 민원의 경우에도 악의적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민원인의시스템 이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한다. 방문 민원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처럼 민원인이 미리 예약을 하고 오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