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자녀들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통상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이전에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문회 이전 기자회견을 자청한 사례가 있다.
일단 현재까지는 ‘조국 사태’와는 결이 다른 결말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이유는 △검찰 수사 부재 △당시와는 다른 정치권 온도 차 △친분에 의거한 특혜의 실체를 밝히기 어려운 점 등이다. 정 후보자는 조 전 장관과에 비교를 묻는 질문에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건 (하지 말아달라).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
정 후보자는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의혹들에 대해 ‘39쪽 해명 책자’까지 배부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아들 병역판정 변경 등이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조국 사태를 연상케 하는 자녀 편입 의혹이다. 정 후보자의 아들과 딸은 공교롭게 후보자가 경북대 병원 부원장·원장 시절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면접·구술평가에서 부당한 특혜가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정 후보자는 먼저 “자기소개서에 부모의 이름과 직장을 기재할 수 없고, 위반시 불이익을 받는다”며 “심사위원 배정은 시험 당일에 무작위로 임의 배정을 하게 돼, 누가 심사를 하게 될지 알 수 없다. 이중삼중의 투명한 견제 장치가 마련되어 편입 절차가 진행되므로 청탁 등이 불가능한 공정한 구조”라고 해명했다. 그는 “교육부에서 저희 자녀의 편입학 과정을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후보자가 근무하는 경북대병원에서 아들이 봉사활동을 한 것을 두고도 특혜논란이 벌어졌다. 봉사활동 점수는 경북대 의대 편입 서류 평가에 반영된다. 정 후보자는 “자녀들이 참여했던 경북대병원의 자원봉사는 누구든지 신청하면 별도 제한 없이 봉사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며 “별도의 부탁이나 청탁을 할 필요성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아들이 19학점을 들으면서 주 40시간을 연구하고, KCI급 논문 2편에 공동저자로 올라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도 정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당시 공대 교수인 지도교수님과 저는 친분 관계가 없었으며, 교수님은 저와 아들의 관계도 몰랐다”고 강조했다.
아들이 2급 현역에서 경북대 병원에서 MRI 촬영 후 척추협착증으로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은 것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병역판정 검사의사가 정확한 판정을 위해 현장에서 다시 CT 촬영을 하했다”며 “경북대 병원의 2번의 MRI검사와 병무청의 CT 검사를 거쳤고 서로 다른 세 명의 의사가 진단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차원에서 재검증도 받아들이겠다고 언급했다.
|
관심은 정 후보자의 자녀를 둘러싼 논란이 ‘조국 사태 시즌2’로 번질까라는 것이다. 현재까지로는 조국 사태와 같은 양상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검찰 수사 여부와 정치권의 반응 차이 등 때문이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지난 2019년 8월 9일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이후 조국 가족, 사모펀드 의혹과 더불어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서 낙제하고도 6차례 장학금 수령했다는 의혹 △고교 때 의학논문 1저자로 등재되고 이를 대학 입시에 활용했다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검찰은 같은달 27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투입해 본격 수사에 착수, 서울대·부산대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조국 사태의 시작을 알리는 움직임이었다.
조 전 장관은 다음달인 9월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방어에 나섰지만, 검찰은 바로 다음날인 3일 동양대, 서울대 의대 등 2차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조민씨의 일기장까지 압수수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표였던 황교안씨를 포함해 릴레이 삭발에 나서는 등 초강경 대응을 펼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9월 9일 장관에 임명됐지만, 35일 만인 10월 14일 사퇴했다. 다음달인 11월 14일에는 검찰에 소환되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정호영 후보자 의혹을 관련한 검찰 고발 건은 없는 상황이다. 정 후보자는 정치적 인물이 아니기에 설사 고발이 들어와도 조 전 장관 때처럼 특수부를 동원해서 샅샅이 수사를 할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 후보자를 낙마 대상으로는 꼽고 있지만 당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강경한 대응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윤석열 당선인은 정 후보자에 대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언급하는 등 낙마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특히 정 후보자 논란은 조국 사태처럼 ‘표창장 위조’, ‘봉사활동 위조’ 등 소위 조작 논란이 아닌 친분관계를 통한 특혜 논란이다. 이 때문에 양심선언이 아닌한 의혹을 밝힐 ‘팩트’가 나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