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차 전기본 수요 전망 첫 공개…시나리오별 131.8~138.2GW
인공지능(AI) 혁명과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가 우리나라 전력 수급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22일 서울 한국방송회관에서 공개토론회를 열고 2040년 전력 수요 전망 잠정안을 발표했다. 2040년 기준 최대전력 수요는 기준 시나리오 131.8GW, 상향 시나리오 138.2GW로 제시됐다. 현재 전력 수요가 약 100GW인 점을 감안하면 약 40%가 더 필요한 셈이다. 인구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만 보면 대도시 몇 개가 새롭게 건설되는 수준이다. 2년마다 수립되는 15년 단위 중장기 법정 계획인 전기본은 이번이 이재명 정부 첫 계획으로, 올해 말 확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첨단산업 전력 25배 급증…반도체·데이터센터·전기화 ‘삼중 폭탄’
이번 12차 전기본의 핵심은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에 따른 전기화 수요를 별도 반영했다는 점이다. 수요계획소위원회 위원장인 허진 이화여대 교수의 종합 발표에 따르면, 2040년 기준수요 149.9GW는 GDP 기반 모형수요 124.8GW에 첨단산업 4.0GW, 데이터센터 4.0GW, 전기화 17.2GW를 합산한 수치다. 여기에 수요관리 16.8GW와 부하이전 1.3GW를 차감해 최종 목표수요 131.8GW가 산출됐다. 특히 첨단산업 추가 수요는 11차 전기본(1.1TWh)보다 25배 이상 급증한 29.3TWh(기준 시나리오 기준)로,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로봇·방산 등 첨단전략산업법 대상 업종의 신규투자 계획이 반영된 결과다.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경우 대형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약 15GW의 전력이 요구된다.
‘부하이전’이 핵심 해법…히트펌프·수소로 피크 시간대 분산
전문가들은 전력 사용 시간을 분산하는 ‘부하이전’ 대안에 주목했다. 부하이전은 전기가 남는 시간대에 에너지를 미리 저장하거나 활용해 전력 수요가 몰리는 피크 시간대를 피하는 전략이다. 히트펌프는 심야의 전력을 열로 바꿔 저장했다가 낮에 사용하고, 수소는 전기가 남을 때 이를 이용해 수소를 만들어 에너지를 보관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맞물려 낮에는 전력이 남고 밤에는 부족한 구조가 심화되고 있어 시간대별 수요 분산이 전력망 안정의 열쇠가 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앞으로는 전기가 남아서 정전이 발생할 수 있어 경부하기 최소 전력 추정은 의미가 있다”며 부하이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히트펌프 보급 목표 달성 미지수”…하향 시나리오 부재 논란
새로운 전력 구성안이 순조롭지 않을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유승훈 교수는 “히트펌프가 보급 목표대로 보급이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는 감속 시나리오가 필요할 수 있다”며 현장의 전력난이 정부 예측보다 가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본은 지난 2월 확정한 제7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NDC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도 시나리오로 놓고 계획을 짰다”며 상향 시나리오가 있다면 하향 시나리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소 에너지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도 변수로 지목됐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유럽연합 전체를 통틀어서 수소의 목표 대비 이행률은 0.8%”라며 “수소 거품에 대해서 확실한 청산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심성희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도 “최근 정부가 2030년까지 화석연료 비중을 80%에서 66%로 줄이고 전기 비중을 22%에서 30%로 높이겠다고 했는데, 2040년 목표 수요를 달성하려면 10년 동안 빠른 기울기로 늘어야 한다”며 전력수요 전망이 다소 보수적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원전 역할론 재부상…전원믹스 설계가 승부처
전력 수요 급증 전망에 따라 안정적 기저전원 확보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대형 원전 1기의 설비용량이 통상 1.4GW인 것을 감안하면, 11차 전기본 대비 추가 수요 증가분은 원전 2기에서 최대 6기 수준에 해당한다. 머니투데이는 사설을 통해 “재생에너지만으로 AI·반도체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자가소비용(BTM) 태양광 보급 확대가 계통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재반영하고, 시간대별 발전 패턴을 분석해 최종 수요를 조정할 계획이다. 또한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소비 시설 입지를 반영한 지역 단위 전력수요 재배분과 송전망 부담 경감 방안도 구체화해 나갈 방침이다. 12차 전기본 총괄위원장인 장길수 고려대 교수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변화하는 수요를 정교하게 반영하기 위해 기존 거시모형을 확장했다”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산정 과정의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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