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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법원의 문제로 제기된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저력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이 재판에서 지연된 정의로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김 대법원장 취임 첫해인 2017년 전국 법원 민사 1심 사건 중 2년 내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장기미제사건)은 5345건이었으나 2022년 1만4428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실한 재판과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의의 신속한 실현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이지만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는 우리의 방향도 결코 되돌릴 수 없다”며 “재판의 양과 질,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충실성 중 어느 하나의 가치에만 치우치지 않고 조화와 균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때 비로소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추진했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을 통해 사법행정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김 대법원장은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전국법원장회의, 사법행정자문회의 등 재임 기간 상설화된 여러 회의체에서 지혜와 의지를 모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법부를 건설하는 데 튼튼한 기틀이 되는 여러 값진 결실들을 맺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늘로써 좋은 재판, 좋은 법원을 만들기 위한 저의 여정은 끝이 났다”며 “그러나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듯 법원 밖에서도 저는 영원히 법원을 사랑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신임 대법원장과 함께 법원 구성원 여러분이 한마음 한뜻이 돼 좋은 재판의 길을 실현하는 여정을 계속해 주시리라 굳게 믿는다”고 마무리했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오는 24일 마무리 된다. 후임 대법원장 후보자인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오는 25일 국회 인준을 앞두고 있다. 만약 국회에서 인준이 부결된다면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맡는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