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6개월 맞은 우크라전 '탈출구' 안 보여…원전·크림반도서 '일촉즉발'

장영은 기자I 2022.08.21 19:21:55

우크라전 탈출구 안 보여…원전·크림반도로 전선 확대
이번주(8월24일) 개전 6개월 및 우크라 독립기념일
전면전 소강상태지만 원전 포격에 크림반도서도 위기감↑
젤렌스키 "러 추악하고 악랄한 일 할 수도"…경계태세 높여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6개월을 맞았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장기화된 전쟁은 반년이 지나도록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양상을 달리하며 ‘일촉즉발’의 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6개월째이자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한 오는 24일을 맞아 경계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사진= AFP)


우크라, 독립기념일 앞두고 경계태세 높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밤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올해는) 우크라이나가 (구) 소련에서 독립한 지 31주년”이라며 “독립기념일을 맞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부에 실망과 공포를 확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오는 24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째 되는 날이자, 우크라이나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주에 러시아가 특별히 추악하고 악랄한 일을 하려고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경계 태세를 높일 것을 당부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하르키우에서는 8월24일 하루 종일 통행금지령이 발령될 예정이다.

전쟁 초반부터 치열한 전면전이 벌어졌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와 헤르손 등 남부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지며 소강국면을 보이고 있는 반면,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포격이 발생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단일 원전으로 유럽 최대 규모이자 방사성 물질을 보관하고 있는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공격해 탈취했다. 지난 3월 초부터 러시아의 지배 하에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이 운영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산발적으로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포격이 발생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일에도 관리동 건물 부지에 포탄이 떨어졌으며 원전 핵심 시설에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물론 우크라이나 남부 피우데누크라인스크 원전을 노린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칫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같은 참사 발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남부 보즈네센스크의 주거지역에서도 이날 러시아의 로켓포 공격으로 어린이 4명을 포함한 12명의 민간인이 다치고 민가가 파괴됐다. 에네르고아톰은 이번 포격에 대해 “또 다른 러시아의 핵 테러 공격”이라며 “이날 공격은 러시아가 3월 초 탈환하려다 실패한 (우크라리아 남부) 피우데누크라인스크 원전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격을 받은 지역은 피우데누크라인스크 원전과 약 30㎞ 떨어져 있다.

크림반도 잔코이 지역의 마이스케 마을에 있는 군부대 탄약고가 공격을 당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사진= AFP)


◇“우크라, 크림반도 공격으로 푸틴에 압박 가해”

특히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은 가장 주목해야 할 최근의 변화다. 크림반도 병합은 러시아 내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적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아름다운 휴양지로 알려진 크림반도는 ‘푸틴의 성지’라고도 불린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20일에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크림반도에 있는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를 공격했고, 크림반도 서부에서는 러시아군이 미확인 목표물을 발견하고 대공포 사격을 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6일에는 크림반도 내 한 탄약고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의 배후로 우크라이나군을 지목했다.

크림반도는 이번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지역이기 때문에 2월 말부터 시작된 전쟁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지역이었다. 크림반도로 전선이 확대되는 것은 러시아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전략적으로나 상징적으로 중요한 지역(크림반도)에 집중되면서, 전쟁에 대한 비판과 논쟁이 소셜미디어(SNS)에 점점 더 퍼지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가 자국의 영토라고 여기는 곳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부각되면서 그 피해는 푸틴에 국내 정치적인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공식적으로는 크림반도 공격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공공연하게 우크라이나측의 공격이라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 밤 연설에서 “크림반도에는 (러시아군의) 점령은 한시적이고 우크라이나가 곧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지난 19일 우크라이나에 7억7500만달러(약 1조350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에서 지원받은 무기로 헤르손 지역 탈환 등 러시아에 대한 역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젤렌스키 만난 트럼프 "전쟁 끝낼 것… 공정한 합의 원해" - 미국, 우크라에 5천억원 추가 지원…바이든 "재건 자원 제공" - "러시아, 中서 우크라전 투입할 장거리 드론 비밀리 제작"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