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스마트폰, 컴퓨터 등 손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손에 여러 가지 ‘고장’이 발생하고 있다. 그 중에서 ‘손목 터널 증후군’은 손에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과사용과 관련된 질환이다. 손목 터널 증후군의 의학적인 정식 명칭은 수근관 증후군이다. 신영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수근관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손목 터널 통과하는 말초신경이 눌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
손목 터널 증후군은 손가락의 감각 및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상지 말초신경 중 하나인 정중신경이 손목의 손바닥 쪽 작은 통로인 손목 터널(수근관)에서 눌려서 손가락의 저린감, 감각 저하, 무지구 근육(엄지손가락 밑 부분의 불룩한 부분)의 약화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보통 30~60세에 가장 흔히 발생하고,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5~6배 더 많이 나타난다. 특별한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손목을 많이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비만, 당뇨,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임신이나 폐경과 관련한 호르몬 변화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손목 터널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
- 엄지와 둘째, 셋째, 넷째 손가락 일부가 저리다.
- 주로 야간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 손가락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든다.
- 손목을 과도하게 구부리거나 뒤로 젖힐 때 손 저림이 심해진다.
- 무지구 근육(엄지손가락 밑 부분의 불룩한 부분)의 위축이 있다.
- 물건을 들다가 자주 떨어뜨린다.
-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이 굳거나 경련이 있다.
◇혈액 순환 장애 아닐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 중요
손목 터널 증후군 환자들은 처음에 자신의 증상을 혈액 순환 장애 등 다른 문제로 생각하고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목 터널 증후군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신경 타진 검사, 수근 굴곡 검사 등을 통해 이상 여부를 우선 확인한다. 신경 타진 검사는 정중신경이 지나가는 손목의 신경을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정중신경의 지배 영역에 이상 감각이나 통증이 유발되는지 확인하는 것이고, 수근 굴곡 검사는 손바닥을 안쪽 혹은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손목을 과도하게 꺾었을 때 정중신경의 지배 영역에 통증과 이상 감각이 나타나거나 심해지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법이다. 손목 뼈의 구조적인 이상 여부 및 목 디스크 등 다른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 해당 부위 방사선 검사를 시행할 수 있고, 손목 초음파를 이용해 정중신경의 단면적을 측정하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특히 정중신경의 기능을 평가하는 신경 근전도 검사는 무지구 근육(엄지손가락 밑부분의 불룩한 부분)에 이상이 있는지, 손목에서 정중신경의 전달 속도에 지연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 손목 터널 증후군의 심각도를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한 진단 검사법이라고 할 수 있다.
◇증상의 심각한 정도에 따라 보존적 혹은 수술적 치료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급성인 경우, 혹은 나이가 젊은 환자라면 소염진통제 등을 이용한 약물 치료, 보조기나 부목을 이용한 고정 치료, 수근관 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반면 신경이 심하게 눌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보존적 치료가 효과가 없는 경우, 지속적이거나 점진적인 감각 장애 및 운동 기능 악화를 경험하는 경우, 다른 원인에 의한 압박(류마티스 관절염 등)을 겪는 경우 등은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 된다.
수술은 국소 마취 하에 진행되고, 손바닥 아래쪽 가운데를 약 3~4cm 세로로 절개한 후 손목 터널을 덮고 있는 손목 수평 인대를 절개해 압박된 정중신경을 풀어준다. 수술은 약 10~15분 정도 소요되고, 수술 직후부터 손가락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 수술 후 손 저린감, 야간통 등은 빠르게 호전되고 감각 저하, 근육 위축 등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나아진다.
◇휴식 및 온찜질 등을 통해 예방적 관리 필요
손목 터널 증후군은 다른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예방이 중요하다. 키보드나 마우스 사용, 운전, 골프 연습 등과 같이 오랫동안 손목을 구부리거나 펴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손빨래나 걸레를 손으로 짜는 것과 같이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 또한 자제하며 작업 중 손목 통증, 손 저림 등이 느껴질 경우 휴식, 온찜질 등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