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장씨 vs 최씨’ 주총서 표대결…힘겨루기 막 올랐다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75년간 동업을 이어온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이 내달 열리는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인다. 서로를 이사회에서 배제하는 극단적 충돌은 피했지만 정관 변경안을 놓고 힘겨루기에 나선 것이다. 양측이 표 대결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경영권 분쟁에서 누가 승리할지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왼쪽)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왼쪽)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각사.)

21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 이사회가 상정할 예정인 배당과 정관변경에 대해 일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영풍은 “주총 부의의안 중 주주권익의 심각한 침해와 훼손이 우려되는 일부 의안을 확인했다”며 “적극적인 주주 환원책을 공언했지만 정작 그에 반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 등으로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먼저 영풍은 보통주 1주당 5000원의 현금배당 승인 안건에 대해 “영풍은 주주분들께 작년과 같은 수준의 이익배당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통주 1주당 1만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수정동의 안건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간 배당을 합산한 1주당 총 배당금은 1만5000원으로 이는 전기 2만원에 비해 5000원 감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 합작법인’에게만 제3자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안건을 삭제하려는 고려아연에 강하게 반대했다. 영풍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 극히 제한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기존 정관에서는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 한해 허용한다고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 제한을 푸는 것은 전체 주주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제3자 유사증자 제한을 푸는 안건의 통과 여부는 앞으로 양측 가문의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를 중요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국내 법인의 제3자 유상증자가 허용될 경우 고려아연이 백기사로 포섭한 현대차, 한화 등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우호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양측 가문이 현재 엇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는 지분율에도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은 아직 극단적 정면충돌은 서로 피하는 분위기다. 앞서 고려아연 주총 소집공고를 내며 내달 19일 열리는 주총에서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다루기로 결정했다. 재계서는 장 고문을 배제하고 최씨 가문이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을 거란 관측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