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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으로 참사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아이들을 추모하는 이 시간은 정치 집회가 아니다”며 “참사 앞에는 여야가 없고, 모두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얼마 전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며 “특별법으로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밝힐 때 유가족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녀를 잃은 송진영씨는 “사회가 안전하게 바뀐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없지만 지금 길을 걷는 젊은 친구들이 안전하길 바란다”며 “그날을 기억해야 안전한 사회로 첫발을 뗄 수 있다. 기억해달라”고 시민에게 당부했다. 고(故) 정주희씨의 아버지인 정해문씨는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대통령이나 장관은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지금도 이태원에 가기만 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특별법이 통과되고 159개의 별이 반짝일 때까지 엄마 아빠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희생자 분향소에는 여야 정치인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야당 지도부는 추모대회에 참석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여당에선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유의동 정책위원회 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 여당 지도부 일부와 오세훈 서울시장도 현장을 방문해 희생자를 추모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를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편 이날 유가족들은 오후 2시부터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옆에 마련된 ‘기억과 안전의 길’ 앞에서 4대 종교인과 희생자의 넋을 보듬는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 시작 전 시민들은 ‘어디에 계시든 평안하길 바란다’, ‘어른들이 못 지켜줘서 미안하다’라는 내용의 글을 포스트잇에 적어 사고가 발생한 골목 벽면에 붙였다. 개신교와 원불교, 불교, 천주교 교인들과 희생자를 위해 기도한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에서 4대 종교인과 희생자에게 헌화한 뒤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행진했다.
이 모습을 본 황모(24)씨는 “사고 당일에 녹사평역에 있었는데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이 죽었다는 게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니까 책임감 있는 행보를 보이면 좋겠다”고 정치권을 향해 호소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온 윤혜화(60)씨는 “국회에 이태원참사 특별법처럼 이태원 관련법이 많이 올라와 있는데 이에 대한 공청회나 설명, 논의가 없다”며 “내년 선거 때 생활안전을 어떻게 강화할지 공약을 제대로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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